3권분립, ‘YES’냐 ‘NO’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2-10 16: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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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경찰 수사은폐·축소의혹'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1심 무죄 판결을 고리로 특검도입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장외투쟁과 조희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의사일정 전면을 보이콧하자는 강경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다수 국민이 김 전 청장 무죄를 결코 납득할 수 없고 특검으로 대선관련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검을 통해 진실을 국민에게 소상히 펼쳐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특검을 통한 대선 의혹들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지금 대부분의 국민들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유죄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방해를 받지 않았다면 재판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게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특검도입 주장은 아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3권분립 기본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3권분립은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상호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서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원리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입법권은 국회에(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66조 4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101조)에 속한다고 ‘3권분립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즉 국회는 행정부, 사법부와 함께 삼권분립의 한 축일 뿐이지 초헌법적 기관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입법부인 국회가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기관도 아니다.

따라서 입법부는 사법부의 판결이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판결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국회가 사법부의 판결에 일일이 제동을 걸거나 개입할 경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1심 무죄 판결에 불만을 품고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아직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검도입’을 운운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일종의 압력으로 비춰질 여지가 다분하다.

실제 민주당의 특검도입 주장은 마치 법원을 향해 ‘죄가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거짓 증언에 굴복해서라도 민주당 마음에 드는 판결을 내리라’는 무언의 압력처럼 들린다.

즉 항소심과 대법원을 향해 ‘또 다시 무죄 판결을 내릴 경우 가만 두지 않겠다’는 일종의 엄포처럼 들린다는 뜻이다.

3권분립의 기본정신에 찬성한다면, 정당이 그런 오만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만일 사법부인 법원이 객관적 증거와 양심을 버리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략적 요구와 선동에 따르는 판결을 해야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면, 특검 도입 주장은 철회해야 한다.

사실 1심 판결에 다소불만이 있더라도 마지막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인내하고 기다리는 게 3권분립의 기본정신에 맞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특검으로 사법부를 견제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특검은 어디까지나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대한 견제제도일 뿐, 그것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은 검찰기소 당시에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극찬했었다. 특히 1심 재판부가 지난 해 10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자 민주당은 민주당은 "법원의 허가결정은 사필귀정이고 환영한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 법원의 판사들을 향해 ‘정치 판사’로 매도하는 게 과연 올바른 태도인지 묻고 싶다.

특히 법원에서 판결한 사안에 대해서 다시 특검을 하자는 것은 3권분립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민주당은 3권분립을 찬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법부가 입법부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정원 여직원 불법감금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 4명이 검찰 소환에 계속 불응하고 있다고 하는데, 만일 3권분립 정신에 찬성한다면 그들로 하여금 검찰소환에 응하도록 하는 게 우선 아니겠는가.

더구나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김한길 대표의 제안이 나온 지 바로 엊그제인데,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임시회 의사일정과 특검 논의를 연계할 방침을 밝히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는 결국 새누리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일 안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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