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의’는 그때그때 달라요?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2-14 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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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 수준은커녕 이제 막 창당 준비를 하고 있는 안철수신당 지지율보다도 낮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42.6%, 안 의원의 ‘새정치신당’은 21.6%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율은 고작 15.1%에 불과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p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은 지지율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계속해서 악수(惡手)만 두고 있다.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수사 축소·은폐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을 존중하지 않고 특별검사도입을 요구하며 정치공세를 일삼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그런 공세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0~13일(4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지지도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와 변함없이 55%를 유지했다. 오히려 부정평가가 34%로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8%포인트다. 이에 대해 갤럽 측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무죄 선고로 야권의 특검 도입 주장이 거세지만 대통령 지지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즉 민주당의 정치공세가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되레 민주당 지지율만 까먹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14일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특검을 요구하는 강경한 주장들이 지지율을 까먹고 있다”며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특검하자는 식의 정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실 조 최고위원의 이런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판결한 1심 이범균 판사에 대한 민주당의 평가가 그때그때 달랐기 때문이다.

이 판사가 무죄판결을 내리기 이전, 그러니까 국정원 댓글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은 이범균 판사의 결정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3시 경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법원이 오늘 국정원 댓글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검찰에 이어 사법부의 양심을 보여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라며 그의 결정을 ‘사법부의 양심’이라고 잔뜩 추켜세웠었다.

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김관영 의원도 같은 날 오전 11시 20분 경에 “오늘 서울 중앙지법 제21형사부는 검찰이 신청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였다. 이는 사필귀정으로써 당연한 결정이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당의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범균 판사가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었다.

실제 신 최고위원은 당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이범균 부장판사가 내년 2월에 고등부장 승진 대상이냐"고 질의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공판 중에 인사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분이 이동하거나 승진하면 재판이 연기되거나 재판 중지사유가 발생한다"면서 "걱정이 돼서 말하는 것인데 인사가 나거나 승진이 돼도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인사나 승진을 핑계로 재판이 중지되지 않길 바란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이 판사를 '살아있는 권력의 노리개'라고 비판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던 민주당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범균 판사가 계속해서 재판을 해야 한다던 사람들은 또 어디로 숨었는가.

그때그때 다른 것이 민주당의 ‘정의’라면, 국민들이 그런 정당을 신뢰하고 지지를 보낼 수 있을까?

이제 지겨운 대선불복 놀음은 그만하자.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가면 갈수록 결국 손해 보는 것은 민주당이다. 민생을 팽개치고 ‘싸움박질’에만 매달리는 정당을 지지할 유권자 수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지금 야권성향의 유권자들이 안철수신당 쪽으로 몰리는 데에는 민주당의 이런 잘못된 전략이 크게 한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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