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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다.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약한 정당들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야권연대의 목적이 오직 선거승리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약세인 호남에서는 야권연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논리 때문이다.
실제 야권연대론자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이른바 ‘유연한 연대’를 제안하고 있다.
유연한 연대란 야권이 강세인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신당이 경쟁하고, 여권이 강세인 영남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연대를 하는 방식이다.
문 의원은 "(야권) 연대는 당연하다"며 연대를 위해서는 안철수 의원을 "10번, 20번이라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야권이 분열돼 선거를 치른다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야권연대든, 단일화든, 단일후보를 내든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우선은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형식이 어떻든 무조건 약한 정당들이 모두 단합해서 하나의 후보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야권연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적어도 국민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한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권연대와 관련, “2014년 대한민국 국민의 명령은 ‘연대하라’는 게 아니라 ‘세력을 바꾸라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연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등 그동안 수차에 걸쳐 야권연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정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만큼은 야권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회찬 전 공동대표는 21일 오전 PBC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연대는 앞으로도 이어져 갈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천호선 대표가 ‘야권연대는 없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야권연대를 안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일반의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그는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야권연대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은 그 앞에 괄호에 ‘과거와 같은 방식의’ 라는 말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와 같은 방식의 야권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다른 방식의 야권연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란 거다. 심지어 그는 야권연대를 ‘야당의 책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의당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안철수 의원의 말에도 괄호가 들어있는 것 같다.
실제 안 의원은 야권연대와 관련, “과거와 같은 정치공학적 선거 연대는 없다”거나 “선거만을 위한 연대는 없다”고 말해 왔다.
유권자들은 이에 대해 무조건 연대를 안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괄호의 의미를 생각하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과거와 같은 정치공학적 선거연대’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선거연대’를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고, ‘선거만을 위한 연대’가 아니라, ‘선거연대에 다른 것을 포함한 연대’를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천호선 대표나 안철수 의원의 괄호에 담긴 의미가 이런 것이라면, 이건 대국민 사기극으로 국민의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제 안 의원은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 그렇게 애매모호한 수식어를 달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비록 야권이 새누리당에 패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새정치’ 실현을 위해 낡은 구시대 정당과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선거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선언하라는 말이다.
그게 안 의원이 추구하는 새정치 정신과도 맞는 것 아니겠는가.
또 그렇게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만 난항을 겪고 있는 인재영입도 탄력이 붙게 될 것이다.
부디 앞으로는 국민들의 독해능력을 시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아주 단순하고도 명료하게 자신의 진심을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화법도 정치인이 지녀야할 덕목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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