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약속 vs. 정당 책임정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02-25 13: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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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이 6·4 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지난 24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포기’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면서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선언’을 바라보는 전문가들과 언론의 시선은 냉담하다.

실제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25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에서 "거기(새정치연합)서는 기초단체장 후보로 내서 당선될만한 사람이 없다고 보면 된다. 광역단체장 후보도 광주시장후보밖에 없고 ‘삼고초려’라고 일종의 구걸을 한다. 사실상 기초단체장으로 낼 사람이 없다"며 "안철수 무공천 약속은 정치쇄신이 아니라 현실성 부족에 의한 결정이고 높이 살 필요가 없다"고 혹평했다.

대부분의 언론도 이 교수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BBS 라디오는 “신생 정당으로서 각 지역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참신한 후보를 영입하기 힘든 현실도 과감하게 공천을 포기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경제신문인 ‘파이낸셜뉴스’는 “창당과정의 조직화와 지방선거 성과를 위해 현행 공천제도가 될 경우 공천권 행사도 검토했지만 안 의원 진영에서 출마를 희망하는 인물의 경쟁력이 부족해 '명분론'을 택했다”고 해석했다.

심지어 진보성향의 ‘민중의 소리’는 이날 사설에서 “안 의원의 무공천 선언이 지방선거에서 참신한 후보군을 내놓을 수 없는 궁색한 처지를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성 정당 출신 인사들 외에 참신한 새 인물 영입이 난관에 봉착하고 이래저래 좋은 후보를 내놓을 수 없을 바에야 아예 무공천을 선언함으로써 이슈를 선점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경쟁력 있는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공천할 수 없어서 무공천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명분으로 공천을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정당의 막중한 책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도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정당공천제는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가장 큰 기반이며,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책임정치를 방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새정치연합 후보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던 예비후보들에 대한 신뢰를 깨버렸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전북지역에서는 적게는 20년 많게는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이들이 안철수의 새정치 바람을 타고 남은 공직까지 사퇴하고 안철수와 함께하겠다고 뛰어들었다가 ‘무공천’으로 인해 정가에 입문하기도 전에 자칫 정치적 '미아'로 남을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그래서 안 의원 개인의 대권욕심 때문에 뜻을 함께하며 지방선거를 준비해 사람들의 처지를 외면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결정과정도 너무나 석연치 않다.

새정치연합에는 상당수의 발기인들이 있고, 새정치추진위원회에도 국민추진위원이라는 게 존재한다. 만일 그들과 치열한 논의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몰라도,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안철수 의원이나 몇몇 공동위원장들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새정치연합은 미래가 없다.

전북지역 조직을 맡고 있는 강봉균 전 의원은 “(안 의원과 무공천을) 상의해본 적 없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 책임자와도 의논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을 내렸다는 것 아니겠는가.

정당은 아무리 좋은 결정이라도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의 중지를 모으려는 민주적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의 정당이라면, 그런 정당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안 의원의 이번 공천포기 선언은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것 같다.

단지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을 위해 ‘정당 책임정치’를 외면한 집단, 뜻을 함께해온 이들의 신뢰를 깨버린 집단, 민주적 절차를 외면한 ‘안철수 개인정당’이라는 비난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마저도 진정성을 인정받기보다는 ‘참신한 후보를 영입하기 힘든 현실 때문’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오리까.


이대우 기자 nice@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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