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vs. 송호창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3-04 14: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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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 선언으로 한 사람을 잃었다.

대신 그는 민주당과의 통합신당창당을 성사시킨 일등공신을 얻었다.

안 의원이 잃은 사람은 김성식 전 의원이고, 그가 얻은 사람은 송호창 의원이다.

사실 김 전 의원과 송 의원은 애초부터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도 두 사람은 비록 안철수 캠프에서 함께 일을 했지만, 생각은 너무나 달랐다. 김 전 의원이 줄곧 ‘정치혁신’을 꿈꾼 반면, 송 의원은 ‘선거승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었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문제를 대하는 방식부터가 달랐다.

새누리당 쇄신 파동 과정에서 신당 창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하다 관철되지 않자 당을 탈당하는 등 줄곧 정치 쇄신을 요구해온 김성식은 안 캠프에 합류했을 때도 정치 혁신을 요구했고, 여야 기성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연일 쏟아냈었다.

그런 그가 ‘정치혁신 대상’인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반면 송 의원은 야권후보단일화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는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는 명분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안 캠프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굳이 감추려하지 않았다.

실제 그는 안 캠프에 합류한 다음날 안철수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후보의 변화에 대한 진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며 "나의 가장 큰 소임은 우리가 하나가 되도록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당시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도 "하나됨을 저의 첫번째 소임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에 대해 “어느 한쪽이라도 없으면 양쪽이 다 죽는 관계”라며 “강력한 통합을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두 사람의 그런 견해차는 이번 민주당과의 통합과정에서 다시 확인됐다.

김 전 의원은 정치혁신을 위해 민주당과는 선을 긋고 독자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한 사람이다.

실제 그는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한 방송에 패널로 출연, 민주당을 향해 ‘기득권에 안주하는 새누리당과 적대적 공동관계에 머무는 구악세력’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따라서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니 후보단일화니 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 의원이 통합신당을 만들기로 하고 5:5 지분협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거기에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송호창 의원이다.

이로 인한 김 의원의 상실감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배신당했다는 느낌이 아닐 것이다. 새정치의 꿈을 실현할 수 없게 됐다는 좌절과 절망이 그를 아프게 했을 것이다.

그가 신당합류를 거부하며 남긴 '새로운 대안정당을 만들어 정치구조를 바꿔보려던 꿈을 가슴에 묻는 아픔만 있을 뿐'이라는 글은 그런 아픔이 구구절절이 묻어나온다.

결국 ‘정치혁신’을 꿈꾸던 그는 안철수 곁을 떠났고, 대신 ‘선거승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송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더욱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안철수 의원에게 잃은 것이 큰 것인지, 아니면 남긴 것이 더 큰 것인지는 시간이 좀 더 흘러봐야 알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치혁신의 아이콘’인 김 전 의원이 안 의원의 곁을 떠남에 따라 이제 안철수 측은 더 이상 ‘새정치’니 ‘정치혁신’이니 하는 구호를 내세울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선거승리를 위해서라면 자신들이 스스로 ‘청산해야 할 낡은 세력’, ‘구악세력’으로 규정했던 세력과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는 사람이 어떻게 ‘새 정치’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지금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을 재영입하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그가 지금 당장 새누리당에 재입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거의 0%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면, 그의 생각도 달라질지 모른다.

어쩌면 이제부터는 김성식 전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새누리당과 통합신당이 서로 정치혁신 경쟁을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의원이 내팽개쳐버린 ‘새 정치’ 깃발이 김성식 전 의원의 손으로 넘어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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