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왜 그랬을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3-06 13: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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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의원이 스스로 ‘새 정치’를 포기하고, 민주당의 텐트 밑으로 들어갔다.

아마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 안 의원은 그간 독자 세력화를 강조하며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또 민주당과는 '정치공학적 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마이웨이'의지를 굽히지 않았었다. 특히 민주당에 대해서는 ‘낡은 정치세력’으로 규정하거나 심지어 ‘타파 대상’으로 몰아세우기도 했었다.

만일 민주당에 투항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이런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대체 안 의원은 왜 자신의 정치 궤도에서 갑자기 이탈해 정치권은 물론 세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안 의원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통합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정치쇄신에 가장 중요한 공약이었고 또 기득권을 내려놓는 가장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있었던 부분"이라며 "이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 결단이 사실 (통합창당을) 결심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명분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정치쇄신’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즉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통합을 결심하게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그런 일 하나로 애초 자신이 제시한 ‘양당 대립정치 청산’, ‘제3신당 건설’ 등의 정치적 목표가 모두 사라져 버렸는데,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더구나 그게 이유라면 민주당이 지난해 7월 ‘공천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을 때, 안 의원은 신당창당 작업을 중단하고 민주당에 합류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안 의원은 여전히 신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어떤 다른 진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기존의 기득권이 살아있는 양당체제 하에서 제 3의 신생정당이 뿌리내리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실제 안 의원 측 새정치연합은 인재영입에 실패했다.

경기도지사 출마의사를 밝힌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물론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대구시장 출마의사를 표명한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등 안 의원 측이 공을 들인 인사들 대부분이 합류제의를 거부했다.

심지어 안 의원의 ‘양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마저 일찌감치 안철수 신당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 버렸었다.

이처럼 인재난에 시달리면서 안철수신당은 지지율마저 덩달아 하락추세를 보이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는 결국 제2의 박찬종이 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아마도 이런 절박한 상황이 그로 하여금 민주당 텐트 밑으로 들어가는 극약처방을 내리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안 의원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실제 정가에서는 "차기 대권쟁취를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우호적인 여론 보다는 "민주당 품에 안겼다"는 '백기투항론'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심지어 "이제 안철수 의원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결정이 새정치연합 내부의 치열한 논의 끝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안 의원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그가 입을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실제 안 의원은 지난 2일 새벽 김 대표와 제3지대 창당에 최종 합의를 한 뒤 그날 오전 9시 긴급 공동위원장단 회의를 열어 그 자리에서 추인을 받았다. 사실상 안 의원이 단독으로 결정한 상태에서 사후 추인을 받은 셈이다.

이로 인해 그는 ‘새정치연합을 사당화 하고, 자신의 그 위에 제왕처럼 군림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아무튼 그가 내세웠던 ‘새 정치’ 깃발은 이제 완전히 빛바랜 깃발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다시 그 깃발을 들고 국민 앞에 나설 것이다. 비록 안 의원의 백기투항으로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무너졌지만,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안철수현상’은 국민의 가슴속에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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