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선택의 기로에 서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3-20 15: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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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제 3지대에서 통합신당을 만들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안철수 의원의 뜻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안철수 의원의 무능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창당 방식부터 당명 개정, 정강정책을 만드는 일까지 모두 민주당의 의도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창당 방식을 살펴보자.

당초 민주당은 제3지대에 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 민주당 일부와 새정치연합이 합류해 신당을 만든 다음 민주당과 당 대 당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신당 창당'임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을 해산한 뒤 양측이 개별적으로 신당에 합류하는 방식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그런데 결과는 민주당을 해산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사실상 안 의원이 무릎을 꿇은 셈이다.

당명 개정문제도 그렇다.

당명과 관련해 그동안 새정치연합 측은 '민주'라는 표현을 뺄 것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60년 전통'과 민주주의라는 가치 수호를 위해 반드시 '민주'가 포함돼야 한다며 맞서 왔다.

그 결과 통합신당 당명은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결정됐다. 민주당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정강정책을 만드는 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안철수 의원 측은 최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마련한 정강정책분과위원회 회의에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등을 존중·승계한다’는 내용을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측 윤영관 공동분과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새정치연합 쪽에서의 문제의식은 과거의 소모적,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은 피하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이다. 그래서 이념논쟁 식의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 소지가 있는 것은 가급적 집어넣지 않았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북햇볕정책의 결과물인 6.15 선언과 10.4 선언은 계속 존중돼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통합신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에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명기하기로 했다.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 반발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 반발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명분으로 삼은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에 대한 반발이 심각하다.

실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정당 무공천 결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기초단체 정당공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전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풍찬노숙하며 당을 지켜온 당원들에게 '출마하려면 탈당하라'고 하는 것이 새정치냐"고 따졌다.

앞서 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도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무공천 백지화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고, 정동영 상임고문은 “기초단체장 무공천 결정으로 서울 현역 구청장 19명(전체 25명 중 민주당 소속)이 전멸하고 그 여파로 서울시장까지 놓치게 되면 안철수 위원장 역시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기초선거 무공천이 과연 안 위원장이 얘기했던 새 정치인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미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무공천을 백지화하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만일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명분으로 삼은 ‘공천포기’마저 민주당의 압력에 의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안 의원은 선택의 기로에 설수밖에 없다.

그대로 통합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독자행보를 선언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안 의원은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대로 통합을 강행하면 안 의원은 민주당 소속 1/N 의원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고, 다시 독자행보로 방향을 선회할 경우 ‘철수 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민주당 요구에 ‘질질’ 끌려 다녔던 안 의원도 ‘공천포기’ 백지화 요구만큼은 결코 수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허나 문제는 안 의원이다. 과연 안 의원에게 민주당의 ‘공천포기 백지화’ 압력을 버틸 힘이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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