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회 일부 의원들의 잘못된 행태가 결국 국민들의 화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24일 인터넷 상에는 은평구 의원들을 향해 ‘좀 벌레들’이라거나 ‘암 같은 존재’, ‘사회악’이라며 맹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심지어 ‘돼지, 쓰레기, 나라 망신시키는 것들’이라는 격한 표현의 글들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날 SBS 보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의회 의원 4명이 지난 1월 4박 6일 일정으로 ‘태국 시찰’이라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
의원들 자비(自費)로 간 것이 아니다. 의원 개인당 180만 원씩 구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고 출장을 간 것이다.
그런데 말이 시찰이지, 사실상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구의원들이 외국에 놀러가서 흥청망청 쓰고 돌아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시찰보고서를 엉터리로 작성했다는 점이다.
SBS 확인 결과 보고서의 3분의 1 가량은 태국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하는데 그쳤고, 후기 부분에서는 더욱 황당한 점까지 발견됐다고 한다.
2013년 안동시의 태국 해외 연수 보고서와 후기 부분이 일부 문구를 삭제하거나 시민을 구민으로 바꾼 것만 다른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 보고서를 보면, 17페이지 가운데 5페이지까지는 일정과 연수자 명단, 태국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이 담겨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바로 찾아볼 수 있는 국가 현황, 지형 등에 대한 설명이다.
더욱 황당한 건 후기다.
은평구의원 연수 후기의 두번째 단락에 “태국은 입헌군주제로 왕이 있고 수상이 있다. 현재 국왕은 라마9세인데 60년을 넘게 왕권을 유지하고 있다. 태국 국민들의 국왕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사랑의 표현은 거리거리에 내걸린 현수막, 광고탑 등에서 쉽게 엿 볼 수 있었다. 온통 라마 9세의 초상화다. 젊은 시절의 모습에서부터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모양과 크기도 다양하였다”고 실려 있다.
지난 해 안동시의회 보고서에는 “태국은 왕이 있고 수상이 있다. 현재 국왕이 라마9세인데 60년을 넘게 왕권을 유지하고 있다. 태국 국민들의 국왕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사랑의 표현은 거리거리에 내걸린 현수막, 광고탑 등에서 쉽게 엿 볼 수 있었다. 온통 라마 9세의 초상화다. 젊은 시절의 모습에서부터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모양과 크기도 다양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첫 문장에 ‘입헌 군주제로’ 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 말고는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식의 베끼기는 3페이지 내내 계속됐다.
마지막 페이지는 더욱 가관이다.
은평구 의회 보고서는 “비록 짧은 시간 내에 큰 변화와 많은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할지라도 한가지 테마에 대한 완벽한 견학(무엇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문제점과 개선방안 및 토의)으로 연수 목적 극대화에 노력하였으며, 이번 연수의 경험이 향후 우리지역 발전과 구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을 스스로 다짐해 보며 각자의 맡은 분야에 대한 관심과 안목으로 배움의 지식을 안고 돌아왔다”고 했다.
안동시의회 보고서에서는 “비록 짧은 시간 내에 큰 변화와 많은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할지라도 한가지 테마에 대한 완벽한 견학(무엇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문제점과 개선방안 및 토의)으로 연수 목적 극대화에 노력하였으며, 이번 연수의 경험이 향후 우리지역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을 스스로 다짐해 보며 각자의 맡은 분야에 대한 관심과 안목으로 배움의 지식을 안고 돌아왔다”고 돼 있다.
두 문장에서 차이가 있다면 ‘구민’과 ‘시민’의 차이일 뿐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발끈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날 이 기사의 댓글에는 ‘한마디로 혈세 좀먹는 OOO들이다. 지방의원제도 폐지해라’, ‘대한민국 지방의원은 암 같은 존재이다. 세금만 축내는 지방의회 자체를 없애야한다’, ‘혈세 빨아 먹는 혈세큐라들이 어느 지역을 가나 있으니 대한민국 혈세는 줄줄이 빨리는구나.’, ‘사회악인 의원들~ 헛돈 쓴 외유비 임기 끝나도 환수조치해라. 복지비 없다며~? 의원수 줄이고 세금 낭비 막자~!’라는 비난성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장담하건데 이렇게 파렴치한 구의원들을 공천, 혹은 내천하는 정당이 있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느 정당이 그들을 공천(내천)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것이다.
사실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번에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구의원들은 받은 세비를 자진반납하고, 구민들 앞에 숙여 사과하면서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개 선언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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