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안철수의 선택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3-26 13: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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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야권의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드디어 130석의 거대 야당으로 화려하게 출범했다.

하지만 창당 주역인 안철수 의원은 사실상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기초선거에서의 ‘무(無)공천’ 약속을 이행했다는 명분뿐이다. 하지만 그 명분마저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 의원의 힘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에 안철수 의원 측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이미 등을 돌린 김성식 전 의원에 이어 전날에는 새정치연합의 2인자 격인 윤여준 새정연 의장마저 안 의원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윤여준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미처 안 의원에게 이야기를 할 틈이 없어서 못했지만 지난번에 간접적으로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이제는 쉬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성식 위원장이 나가고서도 제가 사무실에 나와 있었던 건 마무리를 끝까지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오늘 해산까지 했으니 제 소임은 다 했다"고 말했다.

윤 의장은 전날 해산 결의 후 사무실을 돌며 그간 함께 고생한 실무진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작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윤 의장보다 먼저 새정치연합에 합류한 박호군 위원장도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홍근명 위원장도 일단 일선으로 돌아가 시민단체 일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에서 그간 궂은일을 도맡아 해 온 강인철 조직팀장 등 실무진 일부도 조직을 완전히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의원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왔던 새정연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그의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당내 안 의원의 세력 구축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안철수 의원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지지율마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그동안 각종여론조사에서 안의원의 독자 창당 준비위 격인 새정연의 지지율은 제 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을 압도했었으나, 통합 선언이후의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국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23~24일 이틀간 서울과 경기 지역 유권자 각 706명, 7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7%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서울과 경기지역의 신당 지지율은 각기 28.8%와 25.4%로 새누리당(52.2%, 56.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안철수 의원의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들이 보따리를 싸는 상황에서 그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지지율마저 급속하게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은 사실상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에게 닥친 곤란한 상황이 이게 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선 신당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친노계가 통합신당의 제 1명분인 무공천 철회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친노 대표격인 문재인 의원이 최근 무공천 재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신호탄이 되었다. 실제 안철수 의원이 지난 25일 ‘기초선거 무공천이 (민주당과) 통합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친노계는 연일 무공천 결정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식 출범한 26일에도 김현미 의원은 “무공천이 야권의 선거 준비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비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된 원인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무공천 결정 재고를 촉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합당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친노계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친노계는 합당으로 안 의원의 모든 역할이 끝난 만큼, 더 이상 안철수의 약속이행을 위해 우리가 지방선거에서 불이익을 당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안 의원의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거기서 밀리면 안 의원은 절벽 아래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끝장이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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