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6.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문제로 여야가 연일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것조차 지겨울 정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양자회담을 제안하는 등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상임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개혁에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동참한다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어제 박 대통령에게 예를 갖춰서 회동을 제안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은 영수회담을 요구하고 약속 이행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며 "박 대통령은 불통으로 약속 파기를 덮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커다란 오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용경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민생을 논하려면 정치 협상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제안을 수용해 신뢰의 정치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정당공천 폐지 문제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대통령은 새누리당 당원이기 이전에 어디까지나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할 공직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철수 공동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제의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그것은 대통령에게 선거에 개입하라는 요구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제 기초공천폐지 문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새누리당은 이미 기초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을 하기로 결정했고, 서울시당의 경우 현재 25개 구청장 예비후보에 대해 컷오프 통과 대상자들까지 확정한 상태다. 이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안철수 공동대표가 연일 기초선거 공천폐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뭔가 다른 속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새정치연합 창당 후 당내 일각에서 무공천 재검토 주장이 나오자 내부분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회담카드를 꺼내들었을지도 모른다. 또 6.4 지방선거 이후 선거결과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겹다는 것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버린 안철수 공동대표야 말로 ‘약속’을 언급할 자격이 없는 사람 아니겠는가. 민주당과 통합 이전에 그는 독자신당을 준비하면서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는가하면, ‘민주당과 정치 공학적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었다.
그런데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버린 사람이 바로 안철수 공동대표다.
그러니 이제 지겨운 기초선거 공천폐지 논쟁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지방선거 정책공약을 개발하는 일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
안 공동대표 스스로도 ‘민생 대박’이니 ‘서민 대박’이니 하면서 민생을 챙기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불필요한 정쟁, 이미 물 건너간 기초공천폐지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도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지금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무공천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 결정은 안철수, 김한길 두 공동대표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그 과정에 기초선거 출마자들의 의견을 물은 적도 없다. 따라서 기초공천 폐지 문제를 논의하려면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먼저 논의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최고위원들이 31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촉구하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무기한 '노숙투쟁'에 들어갔다니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무공천 결정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게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이 문제로 여야가 불필요한 공방을 벌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지방선거는 ‘정쟁선거’가 아니라 ‘정책선거’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