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백지신탁’ 입장 밝혀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4-14 15: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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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나선 정몽준 의원이 ‘백지신탁’ 문제에 대해 너무나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걱정이다.

경쟁자인 김황식 캠프가 14일 보도자료에서 “2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중공업은 ‘지방의 조선소’가 아니라 서울시와 복잡한 업무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정 의원이 대기업 대주주와 서울시장을 겸직할 수 있다고 믿느냐”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당원과 서울시민에게 정확한 입장과 해법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정몽준 의원이 발끈하면서 “국어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김 전 총리와 정 의원의 이런 공방을 지켜본 제3자인 언론인의 입장에서 볼 때 정작 국어공부를 다시 해야 할 사람은 정 의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김 전 총리가 전날 정 의원에게 "백지신탁에 대한 명확한 의견이나 대응책을 내놓는 것이 정 후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정 의원은 "지방에 있는 조선소 얘기"라며 마치 서울시장 선거와는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에 당선되던 해인 2006년에 현대중공업 주식을 786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백지신탁위원회는 '시ㆍ도지사가 기업 및 경제 관련 정보에 사전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와 영향력 행사 가능성 기준을 적용하여 포괄적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결정했고, 이에 따라 MB는 그 주식을 모두 매각해야 했다.

그런데 정몽준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은 770만주다. 만일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백지신탁위가 MB때와 같은 판정을 내릴 경우 그의 주식 770만주는 모두 매각해야 한다.

김 전 총리는 그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 의원은 ‘지방에 있는 조선소 얘기’라며 마치 서울시장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 아니겠는가.

정 의원의 이런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굳이 ‘국어’ 공부를 더 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대중공업과 서울시장은 업무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주식을 신탁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 의원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이미 MB때 백지신탁위원회가 현대중공업에 대해 서울시장과의 업무연관성이 있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정 의원에게는 유독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구나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현대중공업 대주주와 서울시장 자리는 서로 이해관계로 얽힐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시와 현대중공업, 그리고 현대중공업이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5년간 53건 152억원의 물품구매계약을 서울시와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은 서울시 노른자위 개발지구인 문정지구에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재무제표에 따르면 자회사인 <문정2구역제사차(주)>는 문정동 오피스 상가 신축사업에 200억, <대원도시개발산업(주)>는 문정동 오피스텔 신축사업에 500억의 기초자산매입확약, 미담보대출확약 등의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이 91.13%의 지분 보유한 계열사로, 직영주유소와 LPG 충전소의 경우 그 설치와 영업이 해당 지자체의 허가사항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 충전소는 서울시내에 수십군데가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 지분이 서울시장과 직무관련성이 없는 듯이 암시하며 ‘법과 절차에 따르겠다’는 모호한 화법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정 의원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백지신탁을 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지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대비책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백지신탁이 결정되어 막대한 대주주 지분을 매각할 경우 조선기술 세계 1위이자 방위산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외국에 매각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이 무엇인지 국민 앞에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고하거니와 이런 것이 분명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정 의원은 비록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지는 몰라도 본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로 인해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전역의 선거 판세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지금 백지신탁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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