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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존재감이 그 어느 곳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당내 입지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실제 지난 1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개혁공천의 원칙인 ‘현역 국회의원 공천 불개입’을 선언하려다 의원들이 집단 반발에 부딪히는 등 공개적으로 망신을 사기도 했다.
그래서 정치평론가들은 ‘안철수가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 아니냐’고 말을 하기도 한다.
안철수 대표는 옛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한 후 새정치연합 발기인 간담회에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 보니 호랑이가 없더라"고 말하며 소년처럼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였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합류를 거부한 윤여준 전 새정치연합 의장이 안철수 대표가 민주당과 통합한 것을 두고 “사슴이 호랑이굴에 들어갔다”고 한 말에 대한 반박이다.
아마도 안 대표는 민주당과 통합하더라도 그 당을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안 대표의 뜻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다.
우선 당명을 결정할 때 ‘민주’자를 포함시키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당명에 ‘민주’자가 들어가는 쪽으로 결론 나고 말았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경우 ‘무(無)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당원들의 뜻에 밀려 지키지 못했다. 이런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안 대표의 뜻이 당에 잘 반영되고 있을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선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문제를 놓고 갈등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 대표는 개혁공천을 위해 중앙당이 직접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후보 심사를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 최고위원에서 하도록 하는 특례부칙을 신설한 바 있다.
하지만 시.도당은 이에 대해 불만이 많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은 17일 "중앙당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설훈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각 지역에 의원들이 있고 시의원, 도의원, 당원들이 있기 때문에 그 지역에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적 민주주의"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최재성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번 6.4 기초선거 공천 후보선정 권한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며 "중앙정치 예속을 확대하고 시도당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선정 권한을 가지는 특례부칙을 폐지하라"며 "이번 개혁 공천은 시민들과 당원들이 후보를 선정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하는데 특례 부칙은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안철수 대표의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개입배제 원칙도 의원총회에서 뭇매를 맞았다.
설 의원은 "지역의 자체적인 결정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무조건 지역에서 손을 떼라고 한다면 지역사정을 모르고하는 판단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강기정 의원은 “우리가 범죄자냐”라며 “우리가 대표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한 것은 우리를 존중하라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다 안철수 대표에게 마지막 카드로 남아 있는 개혁공천마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호랑이를 잡으러 굴로 간다더니 잡혀 먹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개혁공천’ 만큼은 결코 철수(撤收)시켜서는 안 된다. 어떤 당내 반발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만일 개혁공천마저 포기해 버릴 경우, 안 대표에게 붙여진 ‘또, 철수’라는 불명예 딱지는 영원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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