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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같은 정국에 아무래도 인천시가 자충수(自充手)를 둔 것 같다.
지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전 국민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세월호 사고로 전 국민이 ‘집단 트라우마’ 상태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구조된 학생이나 실종·사망자 가족뿐만 아니라 구조에 참가한 수색대원은 물론 각종 언론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는 극단적인 슬픔과 분노는 온 사회로 퍼져서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유난히 정이 많고 집단의식이 강한 경우는 그 상처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아마 대다수의 국민은 이번 사고를 ‘내일’처럼 느끼고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입조심해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렇다.
사고가 발생하고, 트라우마가 심할수록 희생양을 찾는 집단심리가 크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6.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경선일을 연기하거나 경선 방식을 가급적 조용한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정서를 감안해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경선을 100% 여론조사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새누리당은 지난 2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철회하면서 상향식 공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원칙적으로는 당원 50%, 일반국민 50%의 선거인단으로 경선을 실시하되 사정상 국민참여선거인단 구성이 불가능한 지역은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 있게 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6·4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100% 여론조사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에 따른 국민정서를 감안해 공론조사 방식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슬픔에 빠진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정당이든 선거인단을 한 장소에 모아 놓고 요란하게 경선을 벌였다가는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만에 하나 경선 장소에서 어느 특정후보가 말을 잘못했다가는 자신만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니라 당 지지율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례로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이 SNS상에서 내뱉은 '세월호 피해자' 비하 발언 후폭풍이 이른바 '정몽준 테마주'들의 폭락으로 이어져 정 의원이 세월호와 동반침몰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오전 10시50분 현재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전날 대비 2.16%p가 빠진 20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이 최대주주인 코엔텍도 전날 대비 10~11%p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 2월21일까지만 해도 장외시장에서 1만4080원에 거래되었으나 이날 현재 일부 장외시장의 경우 매수 호가가 1만3500원까지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2013년 인천지역 물류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송영길 인천시장이 상을 수여하고, 시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준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실제 시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수상 대상자(기업, 개인 및 단체)는 매년 분야별 전문가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따라 선정됐다”면서 “2013년도에도 물류발전대상 수상자 선정을 위해 조례에 의거 11월 26일 각 분야별 인천 전문가들로 구성했으며, 다음 날 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수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공정한 평가에 의해 청해진 해운이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청해진해운의 직원 관리 부실 등 경영상 문제점은 물론 특히 물류운송에 심각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 원인은 과적운행 등 물류부문의 부실이 결정적인 것으로 드러난 마당이다.
세월호는 송영길 시장으로부터 상을 받은 해에 선박을 개조했고, 이에 따라 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적재량이 대폭 줄었는데도 오히려 2~3배의 화물을 더 실었다. 따라서 청해진해운은 절대로 물류대상을 받아서는 안 되는 선사였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문제없다’는 해명자료를 냈으니, 참 답답한 사람들 아닌가.
차라리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느니만 못한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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