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사고수습 안 끝났는데 ‘탈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4-27 12: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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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이날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마도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허술한 대처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조금이라도 다독이고 국정운영의 정상화를 속히 도모하려는 충정에서 사의를 표명했을 것이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사고로 인한 파장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향후 정권 차원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정 총리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은 결코 적지 않다. 실제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은 물론 수습 과정에서의 혼선, 게다가 사고 발생 12일이 지나도록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총리가 이번 참사에 대한 모든 책임을 먼저 떠안고 사퇴함으로써 국정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물론 세월호 사고에 무능력하게 대처한 정부의 총리로써 어떻게든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구조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지금 사퇴하는 것은 홀로 ‘탈출’을 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져 대단히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말이 사퇴지 그냥 도망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퇴를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아니다. 특히 사고 수습도 안 끝난 상황에서 정 총리의 사퇴로 정부 책임론을 유야무야 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사고수습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는 말이다.

실종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도록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관련 책임자들을 가려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할 책임이 총리에게 있다.

이미 세월호 선장과 선박직 선원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들의 책임으로 모든 게 끝나서는 안 된다. 청해진해운 및 세월호 운영진에 대한 책임규명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해경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세월호가 맹골수도 해역에 진입해 표류하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났는데도 해경이 관할하는 진도VTS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구조 시간이 지연됐다는 의혹이 있고, 세월호 침몰 신고 당시 목포해경 상황실의 초동대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세월호 증축 설계가 안전상 문제가 없었는지, 구명벌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해 책임이 있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외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밝혀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사고 원인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 만연했던 부조리와 관행 등 적폐가 터진 것으로, 이번에는 확실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

정 총리는 사고수습 후 이런 작업들을 착수 한 뒤에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고 물러남이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정 총리 홀로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 이번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처의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들 역시 마땅히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약속한대로 사고수습이 끝나는 대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모두 물러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힐 필요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네 탓, 내 탓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모두가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이후에 책임을 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묻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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