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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무(無)공천을 고집할 당시 새누리당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상향식 공천’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필자는 “안 대표의 ‘무공천’이 ‘새정치’가 아니듯이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도 ‘개혁공천’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공천제도는 장애인이나 여성, 정치신인 등 약자들의 정계진출 통로를 열어주기 위한 제도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상향식 공천은 기득권을 지닌 현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마무리된 새누리당의 기초단체장 후보경선을 지켜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의 경우를 살펴보자.
총 29곳(대구 8곳, 경북 21곳) 가운데 현역 시장·군수·구청장이 출마한 곳은 22곳(경북 16곳, 대구 6곳)이다. 이 가운데 영주시 1곳만 빼고 21곳에서 현역이 승리했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텃밭인 부산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새누리당 부산 지역의 16개 기초단체 가운데 현역 단체장이 아닌 후보가 선출된 곳은 동구의 박삼석, 강서구의 노기태, 동래구의 전광우 등 3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정치신인이 경선에서 현역을 이길 확률이 0%에 가까운 것이다.
이처럼 현역 구청장들이 강세를 보인 것은 주민 여론조사를 경선에 방영하는 상향식 경선 때문이다. 상향식 경선을 할 경우 당연히 인지도면에서 앞선 현역이 상당한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상향식 공천을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천제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장애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정계진출’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면서 대안으로 ‘상향식 공천’을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득권 지키기’만 더욱 강화한 셈이 되고 만 것이다.
특히 정당공천의 폐해 중 가장 심각한 문제인 금권타락 선거를 부채질하는 게 바로 상향식 공천이다.
실제 서울 강동구청장 후보 임동규 전 국회의원은 금품수수협의로 후보자격이 박탈됐다.
강동구청장 후보 경선 기간 동안 임 전 의원은 개인적인 선거운동원 이모씨가 동원한 사람들에게 수백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인천 강화군 새마을지회장 임모(63)씨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경찰은임씨가 각 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실을 확인, 지난 2일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더구나 포항에선 경선을 하루 앞두고 터져 나온 새누리당 포항시장 후보의 금품살포 소식으로 지역 정가가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경선에 앞서 1차 컷오프 여론조사에서는 선거 사상 최초로 전화착신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으로 모성은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검찰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가하면, 급기야는 경선을 하루 앞두고 공원식 후보측 선거운동원이 대의원 20여명을 상대로 20~200만원씩 1000여만원의 금품을 뿌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한마디로 상향식 공천은 ‘기득권 지키기’이자, ‘금권타락 선거의 온상’이라는 점에서 가장 반(反)개혁적 공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상향식 공천제를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 어떤 면에서 상향식 공천은 무공천제보다 더 나쁜 제도일지도 모른다.
여성, 장애인, 정치신인 등 약자에게 길을 열어주지 못하는 제도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특히 여론조사 방식은 즉각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실 여론조사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1000명 중 50명만 응답하는 자동응답전화(ARS) 여론조사로 경선 후보를 정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여론조사결과는 민의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과학적으로도 오차범위 라는 게 엄연히 존재한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신뢰도가 떨어지는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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