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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하락 폭이 매우 컸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은 고개 숙이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고개를 뻣뻣하게 치켜들 처지는 아닌 것 같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급락했음에도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조사에서는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9일 발표한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사고 전인 4월 둘째 주의 59%에서 46%로 크게 떨어졌다. 새누리당도 44%에서 39%로 동반 하락했다. 그러면 새누리당에서 등 돌린 표심이 야당으로 옮겨 갔을까?
그렇지는 않다. 되레 야당인 새정치연합도 25%에서 23%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이 야당으로 가지 않고 대부분 무당파로 옮겨 갔다는 뜻이다. 심지어 야당 이탈자들까지 생겨난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민이 세월호 참사 대응부재에 따른 책임을 박 대통령과 여당에 묻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야당의 태도 역시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정부·여당은 6.4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여당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세월호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이 국민적 비극을 선거에 이용하려다가는 역풍(逆風)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대통령 감싸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공세를 강화하는 등 '세월호 공세'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세월호의 비극이 여당에게는 악재(惡材)이고, 야당에게는 호재(好材)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야당은 이를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픈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5월 국회를 세월호 국회로 만들자’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도 세월호 특검 등을 주장하면서, 연일 세월호 사건을 이슈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말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했던 천안함 사건의 사례를 보자.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지역에서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 후보들이 전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이런 위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구한 것은 이른바 ‘천안함 사건’이었다. 당시 여야 후보간 초접전을 벌이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선거 판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급반등했던 것.
그런데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만일 당시 여권이 거기에서 ‘북풍몰이’를 중단했다면,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후보들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그대로 무너졌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과욕을 부렸다. 천안함 사건을 정치공세의 기회로 이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논의에 불을 지폈고, 그것이 되레 유권자들로 하여금 반발을 사고 말았다.
역풍이 분 것이다. 실제 당시 리얼미터가 한나라당 패배 원인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4대강 추진 때문’이라는 응답이 3명 중 1명꼴인 34%로 가장 많았지만, 그 뒤를 이어 ‘천안함 사태 등 북풍에 대한 역풍 때문’이라는 의견도 12.4%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었다.
이번 세월호의 비극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유권자들은 실종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안타까움에 함께 눈물을 흘렸고, 소비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가족생계가 압박을 받는 상황까지 내몰리게 됐다. 물론 지금은 그들도 이 비극적 사건을 생각하며 인내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야당이 악용하고 지속적으로 이슈화하려 들 경우 상황은 돌변할 지도 모른다.
천안함 사건 당시 여당이 지속적으로 그 사건을 이슈화하는데 반발해 유권자들이 여당에 등을 돌렸던 것처럼, 야당이 세월호 사건을 정부 여당을 향한 공세의 호재로 판단하고 끊임없는 논쟁을 촉발할 경우 유권자들은 야당에 등을 돌릴 지도 모른다.
여당은 당연히 세월호의 비극적 사건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겠지만, 야당도 고개를 뻣뻣이 쳐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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