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장관에게 묻는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5-22 16: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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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말이 씨가 된다는 속언이 있는데, 유시민에게 묻고 싶다. 세월호 참사 일어나서 좋으냐. 너의 저주대로 되니 속이 시원 하냐. 그리고 맞추어서 기분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비난 쏟아질 이야기이거늘 바보 아닌가 몰라.”

이는 ‘유시민은 예언을 한 것이 아니라 저주를 한 것’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어느 네티즌의 글이다.

이처럼 온라인상에는 지금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질책하는 비난성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체 정치은퇴를 선언한 그가 왜 네티즌들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 예고편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람들이 엄청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0일 유튜브 정의당 공식 계정에 올라온 '진중권·노회찬·유시민의 정치다방' 광고에 등장한다.

'유시민의 예언?'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광고에서 유 전 장관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되면 사람들 엄청 죽고 감옥 가고 호가호위하는 환관정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되서 잘 할 수 있는 것은 의전 하나밖에 없다'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불행하게도 그렇게 돌아가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죄 없는 아이들이 그렇게 죽은 세월호 사건. 이명박근혜 정권 7년차에 일어난 사건이다. 충성도를 기준으로 해서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들 자리주고 끼리끼리 뭉쳐가지고 자리 주고받고 돈 주고 받고 이렇게 해서 국가의 안전 관리 기능을 전부 다 무력화시킨 사건이 세월호 사건"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의 육성을 듣고 있노라면, 이 사람이 과연 제정신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데 필자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의 동영상을 본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유 전 장관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실제 지금 인터넷상에는 “유시민 똑똑하고 존경하는 정치인이지만 그 발언은 신중치 못했다”, “유시민, 정치계에서 은퇴한다고 하지 않았나?”, "유시민, 씁쓸한 일이구만" "유시민, 선거철이 왔구나", "유시민,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유시민, 정신 나간 듯” 등 ‘유시민’이라는 이름을 직접 거명한 비판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유가족에게는 상처가 될 듯”이라는 점잖은 표현도 일부 있었지만,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당신 예언이 맞았다고 자랑하는 건가?”라고는 질책성 글과 함께 “전 장관이라는 사람이 말버릇은 진짜 심각하네”, “정치 안 하고 조용히 산다더니 또 이러네”, “정말 추악하다. 믿을 놈 없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도 정의당은 "유 전 장관의 말에 틀린 대목이 있으면 반박해 보라"며 그를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이명박정부로부터 현 정부에 이르는 7년 동안 국민 위에 군림한 정부가 얼마나 많은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유 전 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

국민과 희생자 가족들은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당한 비극적인 사건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실제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의 본질이 정치 공세로 번져 가족 분열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경근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세월호 대참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 토론회에 참석해 세월호 침몰 사고를 둘러싼 정치 공세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피력했다.

유 대변인은 "우리는 어떠한 정치·사회적 목적을 갖고 결의된 단체가 아니다. 불의의 사고로 어쩔 수 없이 모였다"라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한 책임자의 처벌은 당연한 것이란 입장이지, 단 한 번도 정권이나 대통령 퇴진을 언급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 정치·정파적으로 민감한 모든 사안을 배제한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유 전 장관이 그런 가족들의 바람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 것이다.

그것도 지금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사람으로부터 가장 정치적으로 악용당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실로 난감하다.

혹시 유 전 장관은 이번의 비극적 사건을 자신의 정치 재입문 기회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만일 타인의 아픔을 자신에게 주어진 호기(好機)로 여기고 있다면, 유 전 장관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유 전 장관에게 묻는다. 그대는 이제 와서 다시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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