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농약 급식, 누구의 책임인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5-27 1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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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무상농약급식’ 문제가 서울시장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박원순표 무상농약급식’이라며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진보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박원순 시장이 아니라 보수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박 후보를 두둔하고 나섰다. 반면 문 후보는 진보성향의 곽노현 전 교육감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정황에 비추어볼 때 실제 ‘농약급식’이 우리 아이들의 식탁에 버젓이 올라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박원순 후보가 “친환경 무상급식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농약급식을 공급하거나 식탁에 올라간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의도된 거짓말이거나 사실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친환경유통센터)를 거쳐 학교에 납품된 농산물의 농약잔류 분석 결과 허용기준 이상 농약이 검출됐다. 그런데도 부적합 10개 농가에 대해 영구출하금지 조치를 못해 서울시 관내 867개 학교에 무려 4331kg(1540만원 상당)의 부적합품이 공급됐다.

이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팩트(사실)다. 문제는 ‘농약급식’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박 후보가 지난 2011년 9월2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5대 공약’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의회ㆍ교육청과 협의해 친환경무상급식정책을 조기에 확정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박 후보가 자신의 공약인 친환경무상급식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농약급식’이라는 사단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성향의 조희연 교육감 후보측은 27일 “‘농약 급식’ 문제는 문용린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의 선대위는 이날 논평에서 “정몽준 후보는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학교 급식의 1차적 책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또한 조 후보측은 문 교육감이 식재료 구매 방법을 기존의 ‘서울시 친환경 유통센터’를 활용하는 대신에 학교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이는 매우 무책임한 규제 완화”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측은 ‘친환경 3무(無) 급식’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낼 것이라며 사실상 박원순 후보와 뜻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문용린 교육감의 책임이라는 조 후보측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분석결과 일부 식자재에서 농약이 검출됨에 따라 품질관리원은 부적합 농가에 대해 지난 2012년 6월과 7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학교에 통보 조치했다.

그때는 진보성향의 곽노현 교육감이 서울시 교육청의 수장으로 있던 때다. 따라서 그해 12월 20일 교육감으로 취임한 문 후보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당시 서울시와 교육청 등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2013년 11월 감사원의 감사가 있기 전까지 농약이 검출된 식자재가 그대로 학생들 식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박원순 시장과 곽노현 전 교육감에게 책임을 묻는 게 타탕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 뒤늦게 ‘농약급식’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과거는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익히 드러난 바와 같이 친환경유통센터는 지난 3년간 4085억원의 학교식재료를 공급하면서 독단적이고 불투명한 업체선정, 편법적인 수의계약, 시중보다 30~50% 정도 비싼 친환경농산물의 가격책정 등 무수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여전히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제2의 농약급식’사태가 재발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민들 앞에서 정직하게 잘못을 사과하고, 재방방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조희연 교육감 후보는 아무리 선거판이라고는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를 할 게 아니라 같은 편이라도 잘못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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