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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서청원-김무성 의원 등에게 최근 직접 전화를 걸어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자중할 것을 요청했다.
대체 새누리당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새누리당은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전당대회에서는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 당대표와 4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특히 이번 지도부는 사실상 '미니 총선' 규모로 열릴 7·30 재·보궐선거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이 막중할 뿐만 아니라,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힘 있는 지도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 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8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대 미래'를 기본적인 선거 슬로건으로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또 친박계 서청원 의원은 오는 10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변화와 혁신의 길'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7.1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현재 친박 원로그룹의 서청원 의원과 비박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무성 의원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다보니 둘 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팽팽한 것 같다.
이 원내대표가 지난 6일 한 종편에 출연해 "지방선거(결과)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정말 정치인들에게 자숙해라, 싸우지 말라는 것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다"며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 있은 지 며칠 안됐는데 전당대회를 한다고 나뉘어서 싸움 아닌 싸움을 하는 게 굉장히 부담"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정당대회를)조용히 치러야지 잘못하면 7·30재보궐 선거에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지난 5일 차기 당대표로 예상되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와 여당에게 있어서 이번 7.30 재보선은 6.4 지방선거 못지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6.4 지방선거가 여당의 승리도, 야당의 승리도 아닌 사실상의 무승부로 막을 내린데다가 재보선 실시지역이 최소 12곳에서 많게는 18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번 재보선은 사실상의 '미니 총선'으로 치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현역 국회의원이 7명에 이르면서 국회 과반 의석이 무너져 7.30 재보선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실제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시스템 개혁’은 탄력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여당은 반드시 7.30 재보선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그런데 7.14 전당대회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 아닌가.
만일 서청원, 김무성 두 거물급 의원들의 갈등으로 인해 당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바로 이런 때에 김영우 의원이 8일 "이번 전당대회는 정치문화를 바꾸는 쇄신과 변화의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며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전당대회에 불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소장파인 김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출마회견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친박진영의 맏형과 비박진영의 좌장의 대결로 가서는 안된다"며 특히 "고통 받는 국민들 앞에서 계파와 정당의 이익을 더 많이 챙기겠다고 밥 그릇 싸움하는 정치인은 퇴출돼야 한다"고 서청원, 김무성 의원을 향해 이처럼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두 사람으로서는 뼈아픈 지적이겠지만, 그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원내대표의 꿈을 포기하고, 당의 출마요구를 받아들여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으며,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 역시 선당후사 정신으로 시장선거에 뛰어들었었다. 그런 정신이 결국 새누리당으로 하여금 수도권에서 선방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단숨에 차기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놓게 된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서청원, 김무성 두 사람에게 바로 그런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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