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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 대개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기득권 상실을 우려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집단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30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를 열고 퇴직공무원 15명 가운데 포스코 취업 예정자인 전 산자부 국장 A씨 등 12명의 취업을 승인하고 말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사회적 분위기상으로는 허가해 주면 안 되지만 ‘법’적으로는 막을 이유가 없기에 승인했다는 것이 관련 부처의 해명이다. 이게 관피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박 대통령이 국가 대개조를 언급하면서 ‘관피아’ 척결을 다짐한 데 대한 공직사회의 반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6·4지방선거 결과 중앙공무원 밀집 지역인 세종과 대전에서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 패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박 대통령이 밝힌 ‘관피아 척결’의 핵심은 민간 전문가의 공직 채용 확대와 공무원의 유관단체 취업 제한이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당장 고위공직자들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퇴직 후 취업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공직사회가 조직적으로 저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피아 척결, 국가 대개조작업은 그만큼 어렵고 힘겨운 싸움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이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어야만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7.14 전당대회를 앞둔 새누리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는 야당에서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여당에서 그것도 소위 당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차기 집권 여당의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서로 정부와 청와대를 견제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 의원은 9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책임정당’의 ‘책임대표’가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지금 여당의 모습은 너무나 무기력하고 박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서의원의 주장은 한마디로 당이 주도적으로 이슈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김무성 의원 또한 다르지 않다.
김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청와대나 행정부에 대한 당의 견제 기능이 부족했다"며 "서로의 발전을 위해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밝은 눈과 큰 귀가 되겠다"고 했다.
지금 새누리당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일은 박 대통령을 도와 관피아의 적폐를 해소하고, 국가대개조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야당 대표 경선에라도 나가는 사람들처럼 ‘청와대와 정부 견제’를 운운하거나 ‘여당이 무기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서청원 의원의 주장처럼 당청 관계는 수평 관계이지, 수직 관계나 갑을 관계가 아니다.
또 김무성 의원의 지적처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건강한 당·정·청(黨政靑) 관계를 설정하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관피아 척결에 거대한 힘을 지닌 공직사회가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때에 그들의 저지를 뚫고 성공적으로 국가대개조 사업을 완수하려면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도 쉽지 않은데, 여당 대표 경선출마자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모색하고 있으니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적(敵)이 아니다. 특히 이번 7.14 전당대회는 야당 대표를 선출하는 자리가 아니라 여당 대표를 선출하는 자리다.
따라서 그들의 출사표는 ‘박근혜 정부 견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대개조 사업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에 전폭적으로 힘을 보태는 당 대표가 되겠다’는 것이어야 했다.
거듭 말하지만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제도와 시스템이 모두 비정상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그로인해 관료에 대한 불신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그 자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이어진다. 이를 바로 잡는 게 바로 ‘비정상화의 정상화’이다.
거기에 여당 대표가 함께 하지 않을 때, 역사가 그를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다. 차제에 야당도 ‘국가대개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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