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재신임 2R' 공방전 치열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5-09-14 10: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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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안철수 이종걸 이어 주승용도 “연기해야” 범친노, 전병헌-오영식 문재인에 ‘힘 싣기’나서

조국 “당헌.당규 확정사항 지키기 싫으면 나가라”

한상진 “文, 기득권 유지 위한 정치공학적 수단”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14일 오전 8시에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또 다시 공방전 양상을 보였다. 당밖 장외에서도 친노 측과 비노 측의 날선 대립이 이어졌다.

비주류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오는 16일 예정된 중앙위원회와 재신임 투표를 일단 국정감사 뒤로 미루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당내 계파들의 극단적 권력투쟁이 벌이면서도 당이 화합해 총선을 이길 수 있을까"라며 "왜 당 대표는 총선룰 통과에 대표직을 걸고 재신임을 물을까. 오늘 우리가 답해야 할 국민과 당원의 의구심"이라며 국감 이후로 중앙위와 문 대표 재신임 모두를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전날 혁신안 통과를 위한 중앙위 개최 연기와 함께 재신임 여론조사를 취소할 것을 요구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목소리와 같은 내용이었다.

실제 안 전 대표는 전날 “문 대표가 말한 재신임은 당의 근본적인 혁신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혁신논쟁을 권력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라며 “공천 룰과 대표직 신임을 연계하는 중앙위 개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정감사 첫날부터 당내 일로 국정감사 집중을 흐트러뜨린 일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 국감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지혜를 발휘해주기 바란다"며 재신임투표를 국감이 완전히 끝나는 10월 8일 이후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심지어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 재신임투표였다"며 "재신임은 유신시대의 언어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도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퇴를 하겠다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에 대해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소설가 이상의 글귀를 인용하며 비판한 바 있다.

이 같은 비주류측의 공세에 대해 범친노 지도부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를) 그 어떤 이유를 붙여서 흔들어 대는 그런 악폐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개탄과 통탄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신임투표 연기론에 대해선 "당내 갈등과 혼란이 근본적 치유가 되지 않는다면 조속히 끝내는 게 오히려 상식적,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걸 총선 가까운 시간까지 미루면 미룰수록 우리당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고 수습 불가 상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범친노 오영식 최고위원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재신임은 유신시대의 언어를 연상케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오 최고위원은 "어렵게 중진과 당 대표가 뜻을 모았는데 매우 부적절한 언사로 논란을 증폭시켰다"며 "이 원내대표의 표현과 언사는 진위 여부를 떠나 매우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장외에서도 뜨거운 공방전이 이어졌다.

혁신위원인 조국 교수는 전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절차에 따라 당헌 또는 당규로 확정된 사항만큼은 지켜라. 그것이 싫으면 탈당해 신당을 만들라"며 "사실상 비주류에게 ‘탈당’을 촉구했다.

그는 "정치인의 언동 뒤에는 반드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있다. '현실주의자'인 나는 다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자신은 그런 이익과 무관한 순결한 존재이고 반대편은 이익을 추구하는 추잡한 존재라고 말하지 마라. 시민은 바보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문재인이 혁신안을 지지해 얻는 이익은 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고, 안철수가 혁신안을 반대해 얻는 이익은 문재인 체제의 조기 안착을 막고 대선주자로서의 자기 위상을 재부각하는 것이고, 현역 의원들이 혁신안을 무산시켜 얻는 이익은 재선을 보장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에게 동지애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 같다”며 "이런 사람에게 정당은 ‘공당’(公黨)이 아니라 '사당'(私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냈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 대표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정치공학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재신임 투표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한 명예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문 대표는 자신이 혁신을 대변하고 있으며, 비판하는 사람들은 반혁신이자 기득권에 물든 사람들로 보는 것 같다. 전형적인 운동권 논리이자 흑백논리"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반대다. 문 대표야말로 전형적인 기득권 상징으로 정의에 대한 어떤 감각도 없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문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 대표를 지지하는 분이 수적으로 많아 중앙위는 통과 되겠지만, (대표직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당을 분열시킬 것"이라며 "출구가 있어야 하는데, 재신임 투표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산넘어 산으로 위기가 중첩될 것"이라고 거듭 재신임투표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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