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기 덜고 희망 더하고 사랑의 '복지울타리' 만든다

이지수 / j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5-10-18 17:14:0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집배원·가스검침원도 복지사각지대 찾기 한몫
위기가정 1만5066가구 발굴… 전년比 2배↑
장마철 침수취약가구 수해돌보미 430명 투입
▲ 노현송 구청장이 대한적십자가 직원들과 함께 지역내 어려운 가정에 나눠줄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사진제공=강서구청)

[시민일보=이지수 기자]서울 강서구(구청장 노현송)의 찾아가는 복지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사례 발굴과 지원을 강화한 덕분이다.

구는 그동안 새로운 발상과 시도를 거듭하며 제도권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위기가구를 찾고 돕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7월 말 기준 구의 위기가구 발굴 실적은 이미 전년 전체 실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는 희망드림단과 통장, 우체부, 검침원 등 지역사정에 밝은 지역주민에게 복지도우미 역할을 부여한 결과이다. 고시원·여관은 물론 고물상에 이르기까지 소외된 곳을 찾아가 위기의 이웃을 보듬는 데 안간힘을 썼다. 지난달부터는 침수취약가구 돌봄 공무원들이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보호하는 복지기동대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시민일보>는 구의 위기가구·틈새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한 성과와 노력을 면밀히 살펴봤다.

■ 지역복지 빈틈, 골목 누비며 채운 따뜻한 성적표

지역복지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시작한 찾아가는 복지가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동네 구석구석 골목을 누비며 발굴한 위기가정만 1만5066가구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실적(1만2351가구)에 12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말 발굴실적은 전년 실적의 2배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위기에 처한 가정이 정상적인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 실질적인 복지로 이어갔다.

구가 발굴한 1만5066가구의 91%에 해당하는 1만3725가구가 공적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되거나 민간후원을 통해 지원받았다. 지원받은 1만3725가구의 내역을 살펴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 및 서울형기초보장으로 연계해 551가구가 새롭게 수급자로 선정되는가 하면 긴급복지로 591가구, 기타 복지서비스로 1890가구, 이외에 민간지원으로 1만693가구가 도움을 받기도 했다.

■ ‘이웃 돕는 이웃’,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일등공신

최근 위기가구 발굴 성과의 일등공신은 지역주민이다. 구는 지역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로 하여금 소외된 이웃을 직접 챙기게 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1월부터 20개 동별로 ‘우리동네 한번 더 둘러보는 날’을 운영하고 주민주도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마련했다. 동 희망드림단을 주축으로 주민 1000여명이 지역의 그늘진 곳을 찾아 나서며 틈새계층을 줄여 나갔다. 이들의 복지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2월에는 동 희망드림단장 협의회를 구축하고 정기적인 교육과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구청이 생각의 전환을 하면서 통장들도 도움이 필요한 복지사각지대 주민들을 찾아내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난 연말 통·반장 조례를 바꿔 단순 행정임무외 복지도우미 업무를 추가, 동네를 가장 잘 아는 이들에게 풀뿌리 복지를 맡겼다.

지난 5월에는 집배원·가스검침원들도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고 보호하는 역할에 합류했다. 이들이 지역 구석구석의 모든 가구를 수시로 방문한다는 데 착안했다. 강서우체국, 서울도시가스 서부 1·2·3고객센터 집배원과 검침원 191명으로 발굴단을 꾸렸다.

실제로 공항동에 사는 부자가정은 ‘이웃들의 찾아가는 복지’ 덕을 톡톡히 봤다.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17만원이 없어 금방 쫓겨날 형편이었지만 이웃들의 신고와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미취학 상태였던 9세 아이는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직장이 없던 아버지는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 월별 테마발굴, 더욱 촘촘해진 복지그물망

위기에 빠진 꿈을 살리기 위한 구의 노력은 한층 강력해졌다. 구는 복지사각지대로 여겨진 주거 취약가구까지 손길을 뻗쳤다. 고시원·여관 등을 돌며 매월 '위기가구 발굴 집중 캠페인'을 벌이며 위기가구 전수조사를 펼쳤다.

그 시작으로 지난 4월에는 지역내 고시원 181곳을 찾아 ▲월세 과다 체납자 ▲미성년 자녀 동반 거주자 등을 주심으로 현장상담을 통해 총 10가구의 위기가구를 발굴했다. 5월에는 187곳 여관과 숙박업소를 찾아가 장기 투숙객·숙박요금 과다체납자를 대상으로 상담 캠페인을 벌이고 6월에는 고물상(폐자원 수집상) 48곳에서 폐지를 줍는 이웃을 집중 모니터링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다가구 매입임대주택을 찾아 방치된 위기가구를 보듬었다.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1964가구의 매입임대주택이 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굴에는 더함복지 상담사, 희망복지팀, 사례관리사, 동주민센터 담당 공무원 등 40명이 방화·화곡·등촌·가양 권역별로 총동원됐다.

구는 앞으로도 찜질방 등 주거취약지역을 두루 찾아다니며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 발굴에 더욱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 수해 돌보미, 위기가구의 복지 기동대

구의 찾아가는 복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장마철에 돌입하면서 지난달부터는 구민 밀착형 현장행정인 공무원 돌봄 서비스까지 위기가구의 복지기동대로 활용했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침수취약지역이 위기가구 발생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신청주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구의 새로운 발상이다. 이로써 구의 복지망은 한층 촘촘해졌다.

구의 돌봄 대상가구는 1124가구로 이들 가구의 침수피해 등 위기를 막기 위해 430명의 돌봄 담당 공무원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침수 등의 재난이 발생하면 각 가정을 방문해 피해사항은 물론 생활고 발생 여부 등을 확인·신고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노현송 구청장은 “가난한 이웃을 찾아가는 복지만큼 좋은 복지는 없다”면서 “찾아가는 복지로의 전환이 복지 사각지대를 지우고 현장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위기의 이웃들이 희망을 갖고 일어설 수 있도록 체감도 높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