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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최근 여야 각 정당의 패권세력에 의한 패권정당정치의 폐해를 목도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실제 그는 지난 2일 광주 금남공원에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빛고을 문화한마당’에 참석해 “나라를 구하는데 저를 아끼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고 저를 던지겠다”며 단단한 결기를 보여줬다.
‘죽음을 각오한’ 선택이라면, 그것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 넘는 정말로 어려운 길일 것이다.
사실 손 전 대표의 지지율은 야권 주자들 가운데 3위에 불과하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실시한 8월 정례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야권 부문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3.1%로 전월 대비 1.8%p 하락했으나 1위를 이어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는 15.5%로 1.0%p 하락했으나, 2위는 유지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0.9%p 상승한 9.5%로 3개월 연속 상승하며 3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0.4%p 오른 8.1%로 4위를 유지했다.
(이 조사는 지난 16일과 17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8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앱 및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무선전화 76%와 유선전화 24% RDD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6.5%이다.
통계보정은 2016년 6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가장 편안한 길을 모색한다면 더민주나 국민의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와 경선을 하는 것일 게다. 그러면 최소한 2등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만 생각했다면 그게 더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서 버림받은 주자’이고, 안철수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만 받은 주자’로 두 후보 모두 흠집이 있어서 중도에서 무너질 경우 ‘손학규 대안론’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손 전 대표가 그런 손 쉬운 길을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새누리당의 친박패권 세력과 더민주 친문패권 세력의 발호를 목도한 마당이다. 항상 ‘국민통합’을 염원하던 그가 그런 세력과 연대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그는 양극단의 패권세력을 배제한 ‘중간지대’에서 새롭게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은 항상 ‘끼리끼리’ 문화를 향유해 왔고, 그러다보니 어느 양극단의 한 쪽 편에 서 있는 게 습관화 돼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국민을 위한 ‘중간지대’라는 건 아예 안중에도 없다. 당내 패권세력이나 ‘보스’가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정계복귀를 한다면 당연히 ‘중간지대’에서 출발할 것이고, 그것은 곧 ‘국민정권 창출’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여당의 친박패권 세력을 위한 ‘정권재창출론’도 아니고, 야당의 친문 패권세력을 위한 ‘정권교체론’도 아닌 ‘국민정권 창출론’을 기치로 내걸 것이란 뜻이다.
한마디로 ‘죽음을 각오한’ 그의 선택은 ‘국민정권시대 개막’을 위한 자기희생이나 마찬가지다.
손 전 대표가 최근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났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이 마치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맞이하는 이순신 장군을 닮았다는 생각이다.
손 전 대표 역시 최근 "이순신 장군은 12척 배가 남았다는 정신으로 사람을 모으고, 군량미를 모으고 배를 지어 명량해전에서 일본군을 무찔렀다"며 "제가 강진에 온 지 2년 넘게 있는 동안 호남 땅의 귀함을 알게 됐고 이제 우리가 백의종군 정신, 의병정신으로 구렁텅이에 빠지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망할지 모르는 나라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최근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도 국민의당의 경계를 허물고 ‘중간지대’로 나가자는 손 전 대표의 뜻에 같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오는 20일 강진군수 초청으로 열리는 다산 정약용 관련 강연회에서 손 전 대표가 어떤 발언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무래도 그날, 손 전 대표는 여야 특정세력이 주물럭거리는 ‘패권정권시대’를 마감하고, 이제는 새로운 ‘국민정권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폭탄선언을 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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