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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보면 묘하게 ‘오버랩(overlap)’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건 전 국무총리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실제 반기문 총장은 고건 전 총리를 빼다 박은 듯 닮았고, 문재인 전 대표는 이회창 전 총재의 데자뷔(Deja-vu)를 보는 느낌이 강하다.
먼저 반기문 총장의 경우를 보자.
반 총장이 대권가도에 사실상 도전하면서 대선 판도가 출렁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 총장은 올해 들어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 포함된 이후 줄곧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여권에는 이미 대적할 상대가 없는 데다 야권의 독보적인 1위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꺾기도 했다.
기존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이 아직 정당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은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가 큰 탓이다.
그런데 그 모습은 고건 전 총리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지난 17대 대선에 당시 ‘행정의 달인’이라는 고건 전 총리는 기존 정치인들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여망을 한 몸에 받아 오랜 기간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렸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1년 반 가량 앞둔 시점엔 이른바 ‘고건 대세론’이 전국을 휩쓴 바 있다.
실제 2005년 7월 2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건 지지율은 35.1%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유력 주자였던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율 15.1%보다도 무려 두 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중도 포기해야만 했다. 그만큼 정치는 어려운 것이다. 현실정치 경험이 없는 반 총장과 고 전 총리가 그로 인해 기존의 정당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현실정치의 벽을 뛰어 넘기 어렵게 만드는 족쇄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 임기 만료 후 대권대열에 합류하더라도 고건 전 총리처럼 중도에 뜻을 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문재인 전 대표는 왜 이회창 전 총재를 연상케 되는 것일까?
우선 문 전 대표나 이 전 총재는 모두 강력한 대권의지를 지녔다는 점에서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다.
요즘 인터넷 상에는 ‘문재인은 정계은퇴 번복을 5회 했다’는 제목의 글이 돌아다닌다.
그 정점이 지난 4.13 총선 당시 광주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은퇴 하겠다”는 선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내뱉은 ‘정계은퇴’ 선언을 무려 5번이나 번복했다면, 그는 그만큼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이 강렬하다는 뜻일 게다.
이회창 전 총재 역시 대통령에 대한 욕심이라면 문재인 전 대표 못지않은 사람이다.
실제 이 전 총재는 두 차례나 대세론 후보였음에도 15대 대선에선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에게 패했고, 16대 대선에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꿈을 접어야 옳음에도 그는 17대 대선에 또 다시 출마하기 위해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겨우 3위에 이름을 올리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두 사람의 대세론은 당내 경선에선 강하지만 정작 중요한 본선에선 취약한 대세론이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는 느낌이다.
실제 이회창 전 총재는 두 차례 모두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가 없을 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지만, 본선에선 두 번 모두 맥없이 무너졌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그런 전절을 되풀이 할 개연성이 있다. 이미 한 차례의 패배는 경험했다. 두 번 째 역시 그가 당내 경선에선 천하무적이겠지만 야권의 전통적지지 텃밭인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그가 과연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을 닮았다는 말이다.
그러면 고건을 닮은 반기문이나 이회창을 연상케 하는 문재인을 대신할 ‘필승후보’는 누구일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노무현을 연상케 하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노 전 대통령이나 손학규 전 대표 모두 대선을 1년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선 대세론 대권주자가 아님에도, 유일하게 거대한 지지팬클럽이 구성된 상승세 주자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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