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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지난 9월27일 보도)해 여야(與野) 13명 예비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7.4%로 선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5%로 2위에 올랐고, 그 뒤를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8.2%)이 추격하고 있다.
그 밖의 주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4.4%, 오세훈 전 서울시장 4.3%,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2.8%, 안희정 충남지사 2.5%,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2.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다른 주자들은 논외로 하고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3인방’ 주자들을 면밀히 분석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모두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감’이 아니다.
실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을 만한 사람인가'란 질문을 던진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들 3명의 유력주자들 가운데 누구도 '그렇다'는 긍정 평가가 50%를 넘지 못한 것이다.
지난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고건 후보 등 유력주자들의 긍정 평가가 각각 50%를 넘었었고, 심지어 18대 대선을 1년 반가량 앞두고 한 조사에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감이란 평가는 62%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민심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구체적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감인지 묻는 항목에서 '그렇다'(38%)보다 '아니다'(41%)란 부정적 응답이 더 높았다. 반 총장이 대통령감이란 긍정 평가는 세대별로 60대 이상에서만 52%로 가까스로 절반을 넘겼을 뿐이다. 지역별로는 고향인 충청권에서만 긍정 평가가 과반을 겨우 넘겼다.
문제는 반 총장이 대권의지를 우회적으로 피력했음에도 부정평가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긍정평가는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좋을 것이란 평가는 작년 말 조사의 49%에서 38%로 오히려 하락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감이란 평가(32%)보다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평가(49%)가 무려 17%포인트나 더 높게 나타났다.
아마도 야권의 강력한 대권주자임에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탓일 게다. 특히 그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60대 이상과 보수층에서 무려 70%에 육박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문 전 대표의 강점은 지지자의 응집력이다. 야권 후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열성 지지자를 갖춘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데,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야권 단일 후보로 문재인이 돼야 한다'에 무려 86.1%가 긍정했다. 하지만 그런 응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감이란 평가(23%)에 비해 대통령감이 아니란 평가(56%)가 무려 두배 이상 높았다. 지난 대선 이후 '새 정치'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지만 오히려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크게 줄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 후보에게 호감을 느끼느냐'는 호감도 조사에서는 반 사무총장(63.0%), 문 전 대표(49.3%), 박 서울시장(46.6%), 안 전 공동대표(46.4%) 등의 순서로 높았다. 호감도 조사에선 박 시장보다도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달 20∼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을 만한 사람인가'란 질문에 ‘그렇다’는 긍정적 응답보다 ‘아니다’라는 부정적 응답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은 한마디로 현재 유력주자들 가운데에는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좋은 대통령감’을 찾지 못한 채 투표장에 가야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유권자들은 이들 유력주자들 이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다른 주자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시 아직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숨은 진주’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란 뜻이다. 그게 유권자의 권리이자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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