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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하루 시차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연일 ‘제3지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전 대표는 6일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지금까지 5년 단임제 대통령 중심제라고 하는 것이 별로 성공을 못한 이유는 소수의 패권집단들이 권력을 장악해 끌어가다 보니까 전반적인 정화가 이뤄지지 않는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그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8년에는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정치사회 모든 현상을 봤을 때 새로움을 시작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정치지형, 즉 새누리당 친박계와 더민주 친노·친문계가 장악하고 있는 패권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특정인 몇 사람은 무조건 내가 대통령이 돼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자기 주변에 세력 확장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표 등 다른 주요대선 주자들에 대해선 날을 세운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김 전 대표는 누구를 대통령 감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은 확실치 않다. 다만 김 전 대표는 현재 여야 주요 대선주자들을 막후에서 접촉하는 등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킹메이커’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 점에선 정의화 전 국회의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 전 의장은 전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한국의 비전'이 '한국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와 디지털 정당'이란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기조 발제에서 "한국 대의민주주의는 기능을 상실했다. 기득권 집단에 의해 독점된 정당 정치인들, 그들만의 리그"라면서 "국민대표가 권력의 하수인이 돼 버리고 실제로 섬기는 것은 국민이 아닌 계파의 보스나 당의 권력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으로 제3지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이 제3지대의 산파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이 "20대 총선 전후 정당이 보여준 막장 드라마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내년 대선과 다음 지방선거, 총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최초 디지털 정당의 탄생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역시 김종인 전 대표처럼 자신이 직접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 정 전 의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생각보다 그 일(정치지형을 바꾸는 일)을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김 전 대표와 정 전 의장은 이미 의기투합한 상태다.
이들은 윤여준 환경부 장관함께 지난 달 23일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긴급 3자회동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김 전 장관은 그 자리에서 ‘비패권지대론’을, 정 전 의장은 ‘정상지대론’을 각각 제기했다.
용어만 다를 뿐, 사실상 새누리당 친박계와 더민주 친문계를 제외한 비주류 세력이 제3지대에서 독자세력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선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은 누구를 대통령 감으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일단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들이 생각하는 대통령 감은 아닌 것 같다.
당시 김 전 대표가 "제3지대라는 말은 안쓴다. 비패권지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안철수가 자꾸 자기가 3지대라고 하니까 헷갈려서 안된다"고 안 전 대표의 제3지대론과 선을 그은 탓이다.
그러면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이날 정의화 전 의장이 “개헌의 방향성, 비패권 정상지대 규합과 관련해 김종인 전 대표와는 상당부분 공감이 됐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도 다음주 서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손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을 아닐까?
사실 이들은 모두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문제가 있어서 내각제 혹은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분권형 개헌을 연결고리로 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제3지대’를 만들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구나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양당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지형인 ‘국민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손학규 전 대표야말로 ‘제3지대’의 마침표를 찍을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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