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도 아니고 안철수도 아니라면 누구?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10-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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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아무래도 문재인은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안철수는 문재인도 넘지 못할 것 같다. 이게 야권 지지자들의 걱정이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지내다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한 원외인사가 “내년에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 그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문재인 대세론’이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폭로'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는 탓이다.

노무현정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 북한의 의사를 사전에 물어봤고, 그 과정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했다고 폭로했다.

실제 회고록에는 “‘나는 그런 걸 대놓고 (북한에) 물어보면 어떡하나. 나올 대답은 뻔한데. 좀 멀리 보고 찬성하자’고 주장했다. 한참 논란이 오고 간 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더 이상 논쟁할 수가 없었다. 한밤에 청와대를 나서면서 나는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4년 사이에 한국은 이 결의안(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불참-기권-찬성-기권으로 가는 지그재그 행보를 걸었다”고 밝혔다.

실제 2003년 표결 불참, 2004·2005년에는 계속 기권하다 2006년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정부는 2007년 다시 기권으로 입장을 바꿨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고 다른 세 사람(이재정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안보실장)이 찬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11월 20일 저녁 대통령 숙소에서 백종천 당시 실장이 그날 오후 북측으로부터 받은 반응이라며 쪽지를 건넸는데, 쪽지에는 “역사적 북남 수뇌회담을 한 후에 반(反)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북남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테니 인권결의 표결에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것.

결국 21일 새벽(한국시간)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공동 제출한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이 총회 제3위원회에서 ‘찬성 97, 반대 23, 기권 60’으로 통과됐다. 한국 정부는 기권했다. 당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저녁 늦게 송민순 외교장관과 백종천 안보실장이 대북결의안에 대해 보고해 노 대통령이 기권 방침을 결정했다”면서 “남북 정상회담 등 최근 남북관계 진전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은커녕 국회의원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사실상 북한과 내통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탓이다.

오죽하면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전 대표의 대북관과 인권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만약 지금 대통령이라면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 지금도 또 북한 정권에 물어보고 결정할 것이냐"고 꼬집었겠는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회고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저는 많은 좌익사범들을 알고 감옥에서 같이 생활해봤지만,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비서실장,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보다 더 많은 종북이적행위를 한 반역자를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과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하고, 대북 비밀송금을 하고, 국정원장이 김정일의 정보원 노릇을 했다"며 "국민들께서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해를 김정일에게 갖다 바친 이들의 종북반역행위를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문재인 전 대표가 북한 세습 독재 정권으로부터 북한 주민 인권보호를 위한 결의안을 북한 정권에게 물은 뒤 처리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것이 남북평화를 위한 행위라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대세론은 휘청거리게 될 것이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만 치명상을 입는 게 아니라 다른 야권주자들도 타격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더민주 김부겸 의원이 "내용을 잘 보지 못했으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말한 것이나,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이 "당사자 본인이 아닌 만큼 직접 언급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즉답을 피한 것은 그런 점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도 아니고 안철수도 아니라면 우리는 대체 누구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냐.”

야권에서 잔뼈가 굵은 한 원외인사의 이런 한탄이 마치 전남 강진 백련사 토굴에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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