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국민의 궁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기억나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장만 되풀이함에 따라 의혹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제로 ‘오락가락’ 해명으로 의혹을 키운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명확한 정황을 설명하기보다는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맹탕 기자회견’을 두고 “이럴 거면 기자회견을 왜 열었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오죽하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자산관리인 김 모 씨가 "세상 잘난 척하던 김웅은 왜 갑자기 바보가 됐나. 기억력도 오락가락 말하는 것도 횡설수설. 어디 넘어져서 머리를 다쳤나"라고 꼬집었을까.
김 의원은 앞서 해당 의혹에 오락가락 해명을 내놓으며 의혹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애초 “당시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들어온 제보는 당에 전달했다”라고 했던 김 의원은 이날 “문제의 고발장을 실제로 받았는지, 당에 전달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바꿨다.
고발장 작성에 대해서도 해당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와의 통화에서 “(최강욱) 고발장은 내가 썼다”라고 말했으나 이날은 “해당 고발장은 제가 작성한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라고 다른 말을 했다.
그러면서 "본건 고발장 등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라고 거듭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권경애 변호사가 전날 김 의원에게 "최대한 기억을 되살릴 통화기록 등을 뒤지고 찾아서 사건들을 재구성해서 나와야 그런 다음에야 제보자의 조작 의혹이든, 불순한 정치적 의도의 의혹이든 설득력이 있게 될 것"이라고 촉구했으나, 김 의원은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날 김웅 의원이 속 시원하게 밝힌 것은 오직 하나 "책임을 지고 유승민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라는 것뿐이었다.
아마도 야권 일각에서 “김 의원이 유승민 전 의원의 경쟁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해당 의혹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꼬리 자르기’를 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
김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바른미래당을 깨고 나와 만든 새로운보수당의 ‘1호 영입인사’였다. 유 전 의원이 직접 그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김 의원은 이른바 ‘유승민계’를 자처하며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해왔을 뿐만 아니라 역선택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는 ‘유승민의 입’이 되어 역선택을 방지하자는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야권 일각에선 내부 암투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전날 한 방송에 출연 “(국민의힘 내부 암투 가능성) 그것도 전혀 배제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웅 의원은 ‘제보자’를 신뢰하지 않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내가 소통했던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서 제보자가 누군지 안다”라며 “제보자는 과거에 조작했던 경험이 많아서 인연을 끊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중에 (제보자 신원이) 밝혀지면 제보 경위와 이 일이 벌어지게 된 경위도 이해될 것”이라며 은근히 조작 가능성과 배후설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과거에 ‘조작’ 전력이 있어서 신뢰하지 않는 그런 제보자에게 실체가 불분명한 자료를 왜 전달한 것인가. 유승민 전 의원의 경쟁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과잉 충성’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분명한 해명을 내어놓아야 할 것이다. 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빠져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제가 정치공작에 가담했다는 루머를 퍼뜨리는 세력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유포이며 엄중한 법적 조치할 예정”이라며 알 수 없는 상대를 향해 되레 으름장을 놓고 있다. 김 의원은 그런 엄포를 놓기 전에 스스로 정치 공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해명과 근거를 제시하는 게 우선이다. 그게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이 취할 올바른 태도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