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대, ‘집단 광기’ 섬뜩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19 09: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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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명심(이재명 마음)’을 받거나 명심을 의식한 강성 발언자들이 모두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반면 이른바 “명팔이” 발언으로 이재명 대표의 심기를 건드린 정봉주 후보는 1위에서 6위로 밀려 탈락했다.


즉 반명을 외친 정봉주는 낙선했고, 낯 뜨거운 '명비어천가(이재명+용비어천가)'를 힘차게 외친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것이다.


그 과정이 마치 ‘집단 광기’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실제로 전날 마친 전당대회에서 김민석(득표율 18.23%·4선), 전현희(15.88%·3선), 한준호(14.14%·재선), 김병주(13.08%·재선), 이언주(12.30%·3선) 등 5명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초반 압도적 지지로 선두를 달리던 정봉주의 최종 득표율은 11.70%로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발단은 지난 8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정 전 의원이 사석에서 “이 대표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말한 내용을 전달하면서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 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에 대한 애정이었다”라며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 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명팔이’ 발언이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더 큰 반발을 사면서 이후 치러진 서울 지역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전 의원은 득표율이 한 자릿수(8.61%)에 그쳤다. 최종 순위는 권리당원 투표 5위, 여론조사 6위, 대의원투표는 7위까지 하락했다.


전날 정 전 의원의 정견발표 도중에도 관중석에선 “사퇴하라”란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반면 수석 최고위원이 된 김민석 의원은 지난달 20일 제주에서 치러진 첫 지역 순회 경선 때만 해도 4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김민석 최고위원과 함께 출연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라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이 된다”라고 힘을 실어주자 득표율이 급상승해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그 뒤를 이어 차석 최고위원이 된 전현희 의원은 지난 14일 김영철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김건희가 살인자다. 김건희 윤석열이 (국민권익위원회 김모 국장을)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순위가 급상승했다.


해당 발언 전까지 이언주 의원에게 밀려 6위로 탈락위기에 처했지만 17일 서울 경선에서 17.40%로 2위에 오르며 누적 득표율 5위가 된 것. 이어 17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권리당원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에선 19.62%로 1위를 차지했다.


초반에 존재감조차 찾기 어려웠던 김병주 의원은 “정신 나간 국민의힘”이라는 망언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지율이 상승해 최고위원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의 마음을 얻거나 그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극단적 망언을 하면 최고위원이 될 수 있는 게 지금의 민주당이다.


이렇듯 ‘일극 체제’가 더욱 공고해진 민주당에는 이제 ‘민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모든 억압에 단호히 맞서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장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사람들이 최고위원 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앞으로 민주당에선 일방적 이재명 칭송과 반대 의견을 불허하는 집단 광기와 극단적 폭언이 난무할 게 뻔하지 않은가.


특히 최고위원회의 때마다 정부·여당을 겨냥한 초강경 발언이 이어질 것이고, 민주당의 ‘집단 광기’로 사실상 협치는 물 건너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재명 유일 체제의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라는 영상 축사 때 빨리 끝내라는 야유가 쏟아진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이재명 이외에는 그 누구도 용납하지 못하는 ‘일극 체제’의 민주당에 어린 집단 광기가 섬뜩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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