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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때아닌 ‘빈곤 포르노(poverty porn)’ 논쟁에 불이 붙었다.
논쟁의 불씨를 던진 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다.
그가 지난해 11월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를 만난 것을 두고 "김건희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막말을 한 게 시발점이다.
물론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는 그가 만든 용어는 아니다.
개발 포르노(development porn), 기아 포르노(famine porn)라고도 하는 ‘빈곤 포르노’의 의미는 "신문 판매, 자선 기부금 증가, 또는 주어진 원인에 대한 지원에 필요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을 이용하는 글, 사진 또는 영상 등 모든 유형의 미디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60억 코인' 논란의 중심에 선 김남국 민주당 의원에 대해 '빈곤 포르노'라고 저격했다.
김 의원뿐만 아니라 같은 당 박주민 의원과 애초 ‘빈곤 포르노’라는 발언을 한 장경태 의원까지 모두 그의 공격권 내에 들어왔다.
사실 그들은 그런 소리를 들어도 싸다.
김남국 의원은 수십억 원대 가상화폐(코인) 투자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38세 나이로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2019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매일 라면만 먹는다”. “아이스크림도 못 사 먹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돈이 없어서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 가서 잔 적이 없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 이용한다. 작년 지방선거 부산 지원 유세 때는 방 두 개 안 빌리고, 모텔에서 보좌진이랑 셋이서 잤다”라며 후원을 거듭 부탁했다.
이러한 ‘가난한 청년’ 이미지를 부각하며 지지자에게 정치후원금을 수차례 요청했다. 한 유튜브 방송에선 후원금을 모집하면 “한 푼 줍쇼‘하고 구걸하듯 하기도 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과거 초라한 행색으로 ‘거지甲(갑)’이란 별명을 얻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6월 23일 다리가 부러진 안경을 착용하고 정책조정회의에 등장하기도 했다. 왼쪽 안경다리가 없는 안경을 한쪽 귀에만 아슬아슬하게 걸쳐놓은 사진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앞서 그는 지난 2017년 아예 ‘돈 달라는 남자’라는 타이틀로 후원금 요청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었다.
장경태 의원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반지하에 월세로 거주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으로 ‘흙수저’임을 내세웠다.
실제로 장 의원은 작년 4월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도 지역구인 동대문구 소재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오리지날 흙수저”라면서 “20대 삶은 창문 없는 반지하 고시원 인생이었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는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 3명의 의원 모두 한국인 가구 평균 자산 (5억 6000만 원)이상을 훨씬 웃도는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의 재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15억 원이 넘고 장 의원도 7억 원이 넘는다.
앵벌이를 해야 할 정도의 빈곤한 정치인들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그들이 궁핍한 모습을 연출하는 모든 것은 ‘빈곤 포르노’인 셈이다.
배현진 의원이 이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배 의원은 전날 SNS에서 김 의원과 장 의원, 박 의원 등의 '가난 마케팅'을 지적한 기사를 공유하며 '빈곤 포르노'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장경태 의원이 "무식한 배 의원, 빈곤 포르노가 뭔지도 모르나"라며 발근했다. 자신은 빈곤 포르노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무식한 것은 장경태 의원이다.
시사상식사전에는 빈곤 포르노가 '모금 유도를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남국 장경태 박주민 모두 ‘빈곤 포르노’에 해당하는 것 아니겠는가.
차라리 입을 닫고 있으면 본전이라도 찾을 것을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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