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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에 그 기능과 역할이 명시된 전국 단위 기관이다. 17개 시·도 선관위와 251개 구·시·군, 3505개 읍·면·동 선관위를 두고 있는 전국 조직이다. 직원 수도 3000여 명 수준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처럼 선거관리 조직을 헌법기관으로 설정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대다수 서구 국가들의 경우 선거 사무를 행정부에서 맡거나, 한시적으로 위원회를 가동하는 수준이다.
그러면 우리는 왜 선관위를 헌법기관으로 만들었을까?
아마도 한국 사회가 숱한 부정선거를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 선관위가 1963년에 처음 만들어진 것도 1960년 이승만 정부의 3·15 부정선거 영향이 컸다. 그런데 지금은 선관위가 없다고 해도 이승만 정부 때와 같은 부정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 국민은 없다. 오히려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다.
실제로 선관위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 독려 현수막에 ‘내로남불’이라는 문구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며 금지했다. 그러나 막상 2022년 대선에서는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라는 현수막은 걸 수 있게 했다,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전격 해체해 선거 사무를 행정안전부 등 행정부처에서 담당하게 하고, 선거 때마다 한시적으로 선거위원회를 구성, 가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선관위에서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전·현직 고위 간부의 수가 무려 11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그렇고, 앞으로 그 수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전국 조직을 총괄하는 박찬진 사무총장의 자녀는 지난해 경력 채용 과정에서 평정표 채점란이 공란인 채로 인사 담당 직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시 사무차장이던 박 총장 본인도 자녀에 대한 인사 결재를 회피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봉섭 사무차장은 더 적극적이었다. 2018년 충북 괴산·단양 선관위 경력 채용에서 자녀가 지원했고, 당시 외부 기관 파견 중이던 송 차장이 직접 충북 선관위 인사담당자에게 연락해 채용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송 차장의 자녀는 전체 면접위원들로부터 만점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채용된 선관위 고위직 자녀가 11명에 달하는 것이다.
결국,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선관위에 대한 조사는 권한이 없는 감사원에서 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국정조사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선관위라는 조직의 부패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선관위가 스스로 독립적인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외부 전문가를 위원으로 선임하겠다며 ‘자정 계획’을 밝히기도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이미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처럼 설립 60년 만에 맞은 선관위의 위기는 선관위라는 헌법기관의 근간에 대해 많은 질문을 남긴다. 과연 정치적 민도가 높은 우리가 60년 전의 대대적 부정선거를 우려하여 만든 조직을 그대로 두어도 되는지 생각해볼 시점이 됐다.
선거 때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에 무려 3000여 명이 있다면, 그로 인해 국민의 혈세가 얼마나 많이 나가는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선관위를 해체하라는 주장은 결코 과도한 게 아니다.
한시적인 선관위를 구성하되 정치적 편향성이 우려된다면 운영 규정을 만들 때 여야가 협의해 합의된 규정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처럼 견제받지 않는 헌법기관으로 놔둔다면 ‘자녀 특혜 채용’과 같은 내부 조직의 부패를 막을 길이 없고,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서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결과적으로 부정선거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오히려 편향 선거를 조장하는 조직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중앙선관위는 즉각 해체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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