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결속’ 다지는 이재명…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25 10: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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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대표의 연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2기 체제'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일극 체제’를 버리지 못하고 되레 내부결속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재명 호위무사’라는 비판을 받는 강성 친명 성향의 당내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당 안팎의 조직 해체 요구를 일축하고 정책 중심 조직으로 개편해 이 대표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친정 체제가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이재명 중심의 ‘일극 체제’가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른바 ‘정봉주 사태’에서 보듯, 당내에선 누구도 감히 이재명에게 반기를 들 수 없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제는 외연 확장으로 눈을 돌려도 될 것 같은데, 여전히 이 대표의 시선은 ‘내부결속’에 머물러 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민주당 내부는 물론 야권 전체의 비명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친문계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13일 광복절을 앞두고 복권돼 피선거권을 회복할 때만 해도 비명계가 이를 계기로 세력을 규합할 것이란 관측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올해 말까지 유학을 위해 독일에서 머무르는 김 전 지사가 귀국한 뒤에야 비명계도 모종의 움직임을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야권에서 차지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이낙연 전 총리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비명계가 친명계를 견제할 수도 있겠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총선 당시 민주당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을 두고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됐다"라고 ‘쓴소리’를 냈던 김부겸 전 총리가 오는 2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등 대외 행보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오는 9월에는 광화문에 사무실까지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정치 활동 재개로 받아들여진다.


김부겸은 당 안팎에서 이재명의 대항마로 꾸준히 거론될 만큼 상당히 비중이 있는 인사다.


당 밖에서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정계 은퇴설을 일축하고 활동 재개를 선언한 마당이다.


여기에 지난 6월부터 모임을 가져온 '초일회'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초일회는 박광온·강병원·김철민·박용진·송갑석·신동근·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 비명계 전직 의원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모두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비명횡사’ 공천의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과거 이재명 대표와 당권경쟁을 하고 민주당 내의 양심세력을 대변하며 차기 대권 주자 후보군으로 꼽힌 박용진 전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러나 사실 지금의 ‘일극 체제’ 민주당에선 이런 비명계의 움직임으로는 내부 균열을 내기 어렵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가 이를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여전히 당을 장악하기 위한 친정체제 구축에 혈안이다.


일극 체제가 완성된 이 시점에 왜 그러는 것일까?


자신의 법적 지위가 바뀌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즉 이르면 10월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위증교사 1심 결과가 유죄로 나오는 상황을 고려한 행보라는 것이다. 그때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이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이 날 수밖에 없다.


비명계는 그 틈새를 노려 세력을 규합하려 할 것이고, 친명계는 그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어떻게든 이재명 대표를 지키려 할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일극 체제’가 완성됐음에도 이재명 대표가 여전히 ‘내부결속’을 더욱 강화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이재명’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외부 확장을 포기한 셈이다. 그게 민주당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보나 마나다. 선거는 외부 확장하는 쪽이 승리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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