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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25일에는 이 문제를 놓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동훈 대표와 김민전 최고위원이 정면충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급기야 친한계 측에선 명태균 의혹을 물타기 하기 위해 당원 게시판 논란을 끌고 들어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표적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NS를 통해 "왜 명태균과 관계가 의심받는 분들이 줄줄이 한동훈 비판에 나설까"라고 반문하면서 이를 명태균 의혹으로부터 "관심 돌리기인 물타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누군가의 오더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라며 친윤계가 조직적으로 한 대표 공격에 나선 건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이재명 대표(에 대해 법원이) 선고하고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으니 이제 (국민의힘) 당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려 보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그런 뻔한 의도에 말려들어 갈 생각이 없다"라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지금과 같은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한 대표는 "최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명태균 리스크에 관련돼 있거나 김대남 건에 언급됐거나 자기들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도 보인다"라며 "이 이슈를 키워서 당 대표를 공격해서 흔들려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라고도 했다.
물론 한 대표나 친한계가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구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단순히 ‘리스크’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 이런 문제로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뭉개고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애초 친윤만의 의혹이었던 당 게시판 논란에 비윤계도 사실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상황에 이른 탓이다.
실제로 처음은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장외 여론전에 앞장섰고, 이후 권성동·김기현 의원과 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 등 친윤계 인사들이 당무 감사를 촉구하며 당내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런데도 한 대표와 친한계는 보름 넘게 수습은커녕 “한동훈 죽이기 공작”이라며 되레 역공에 나서면서 갈등만 키우고 말았다.
그러자 그동안 침묵하던 비윤계 인사들이 참다 못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안철수·김용태 의원 등이 당무 감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가 하면 나경원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게시글 주체, 내용, 조직적 정황에 이르기까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저열한 행태”라며 “책임 있는 당 대표라면 이 의혹에 대해 물타기 조사만 할 것이 아니라 가족 명의에 대해 사실을 밝히고 그것이 맞다면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당내 주도권 싸움의 승패가 50명 안팎에 이르는 이들 중간지대 의원들에게 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대표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도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당무 감사를 하자는 인사들을 향해 “윤한갈등의 기생자”로 지칭하거나 “사이비 보수집단”이라고 규정하는 등 되레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문제다.
설사 그런 주장이 맞더라도 이건 아니다. 특히 명태균 의혹을 덮기 위해 당원 게시판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한 대표와 친한계의 공개적 발언은 옳지 않다.
명태균 의혹은 한낱 허풍쟁이 정치 브로커의 근거 없는 발언이 대부분으로 정작 깊이 연관된 사람은 김영선 전 의원 한 명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상황은 그렇다.
따라서 오히려 한 대표가 당무 게시판 논란을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명태균 이슈를 띄우는 것이란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식의 공방은 곤란하다.
이제는 당원 게시판 문제를 털고 가야 할 때가 됐다. 시험대에 오른 한 대표의 정치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대표와 그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 글을 썼는가, 안 썼는가. 이 간단한 물음에 답하는 게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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