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文 화합? 글쎄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9-08 10: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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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지만, 양측의 화합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찍힌다.


두 사람의 관계가 ‘오월동주(吳越同舟)’인 까닭이다.


오월동주는 철천지원수와도 같은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으로,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도 강의 한복판에 이르렀을 즈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사나운 바람이 불어 배가 곧 뒤집히려는 위기일발의 순간이 오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 나가게 된다는 의미다.


지금 여러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나 피의자로 적시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꼭 그런 형국이다.


따라서 둘은 일시적으로나마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이 9월에 마무리된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지 2년 만이다. 이 대표에 대한 선고는 이르면 10월에 나올 전망이다. 지난 대선 이후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 중 1심이 종결되는 첫 사건이다.


이 대표는 이 사건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다음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는 이 사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를 비롯하여, 성남FC 불법 후원금, 위증교사, 불법 대북 송금 등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선거법 사건과 함께 재판 진행이 빠른 사건은 위증교사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8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재판받을 때 증인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 역시 10월 경이면 1심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위태롭다. 두 사건 중 어느 하나라도 유죄 판결이 나오면 정치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다.


그런 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조만간 문 전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단 둘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오월동주다.


하지만 그들이 잡은 손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강을 건너고 나면 다시 철천지원수로 돌아가듯이 둘 사이는 결국 적대적 관계로 돌아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회자했던 공천을 거치며 양측 간 갈등의 골은 너무 깊어졌다. 게다가 비명계는 이미 세력화에 나선 마당이다.


김동연 경기지사 측에 친문 핵심 전해철 전 의원 등이 둥지를 틀었고, 이 대표에 '쓴소리'를 해온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활동을 재개했다.


여기에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박광온, 강병원, 박용진 전 의원 등이 주축인 '초일회'도 최근 워크숍을 열고 활동 채비에 나섰다. 친문의 이런 결집 움직임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혐의 등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귀국하는 연말이면 본격화할 것이다.


김동연 지사가 최근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주는 방침에 전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건 그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김 지사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국민 25만 원 지원금’ 관련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주면 13조 원이 든다고 한다. 13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13조로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사업을 포기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재명 대표 법안 내용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하면, 당내 곳곳에서 이런 반대 목소리가 봇물을 이를 것이다. 이른바 ‘명문(明文, 이재명과 문재인) 화합’이 불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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