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 민주당과 ‘상한 물’ 혁신당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9-25 10: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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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지난 총선 당시에만 해도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구호를 내걸고 민주당과는 '전략적 동맹' 관계임을 강조하던 혁신당이 10·16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돌변했다.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정의당처럼 민주당에 협조만 하다가 '민주당 2중대'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는 탓이다.


그런데 단순히 차별화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을 향한 공세가 아주 거세다.


급기야 혁신당에서 민주당을 "호남의 국힘(국민의힘)"이라고 비유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실제로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 재보선과 관련해 "유권자들이 기득권과 토호정당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 지역을 위한 선택을 할 기회"라며 혁신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그는 "호남의 '국힘'에 줄 잘 서면 '공천=당선'(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후보와 공약=당선'(후보와 공약에 따라 당선)이라는 공식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라고도 했다.


민주당 출신의 황 사무총장이 오랜 기간 자신이 몸담았던 민주당을 겨냥해 '기득권과 토호정당'이자 '호남의 국힘'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앞서 혁신당 조국 대표는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고인 물은 썩는다"라며 민주당을 ‘고인 물’에 비유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 강도는 매우 높다.


당장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을 해임하라는 목소리가 민주당 인사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특히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조국 대표의 발언을 겨냥해 "혁신당은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에 반발하는 혁신당을 향해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총선 전후만 하더라도 '전략적 동맹' 관계를 강조하던 양당이 전국적인 선거도 아니고 고작 지방의 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치열하게 맞서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양당 모두 자신이 속한 정당 대표의 대선 경쟁을 위한 '전초전(前哨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이고 조국 대표는 혁신당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양당은 같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한 치의 양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웃기는 얘기다.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가 정말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에 위증교사, 배임 등 11개 혐의로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징역 2년 형을 구형하기도 했다. 어느 사건 하나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 혐의들이 매우 중하다.


조국 대표는 이미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 형을 받았고 대법원 확정판결만 남겨 둔 상태다.


따라서 이 대표와 조 대표는 대선 출마조차 못 해보고 법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서로를 향해 비방전을 펼치고 있으니 이게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인가.


더구나 서로를 향한 공세가 전혀 근거 없는 말도 아니다.


실제로 호남에선 “줄 잘 서면 '공천=당선'(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있는 건 사실이다.


민주당은 ‘기득권과 토호정당’이라는 지적도 맞는 말이다. 민주당을 향해 ‘고인 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거기에 맞서 민주당이 ‘혁신당은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반격하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결국 ‘고인 물’과 ‘상하기 시작한 물’이 서로 “네가 더 나쁜 물”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셈이다.


참 가관이다.


사법리스크가 있는 사람을 대표로 세운 양당이 차기 대권을 노리며 서로를 험담하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출마를 일찌감치 예측했던 신평 변호사도 “이재명과 조국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예상했다.


그러니 이 대표나 조 대표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시라.


민주당과 혁신당은 ‘고인 물’과 ‘상한 물’이 아니라 ‘깨끗한 물’을 담는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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