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버티기, 얼마 못 간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2-26 10: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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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27일 표결에선 '압도적 부결'을 예상하면서도 이후 출구 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아주 딱한 상황에 놓였다.


검찰이 '쪼개기' 구속영장 청구에 나설 경우, '이재명 방탄' 비판 속에 계속해서 부결로 맞대응하는 건 내년 총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당내 비명계와 당 원로들 사이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부결 이후 당 차원의 출구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는 27일 오후 2시 30분쯤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기일이 정해진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영장은 그대로 기각된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169석으로, 단독 부결이 가능하다. 물론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고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나오면 가결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이탈표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6일 조정식 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론전'에 나섰다.


특히 이 대표는 그간 당내 비명계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났고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의 1박2일 워크숍 만찬에 참석하는 등 표 단속에 주력했다. 소속 의원 전체에게 메시지를 보내 부당함을 호소하는가 하면, 의원총회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당내 단일대오 유지에 힘써 왔다.


이에 최근에는 당내서 중립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뿐 아니라 비명계에서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따라서 체포동의안은 압도적 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민주당은 ‘왕따‘가 되어 가는 모양새다.


정의당마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원들에게 '가결'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5일 오후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우리 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폐지해야 한다'는 당론에 입각해 표결에 임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과 공동보조를 맞추던 정의당마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체포동의안이 압도적으로 부결된다고 해서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우선 당장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는 다음 달 3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이 직접 출석해야 하기에 그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안방에 전해질 것이다. 가뜩이나 추락하는 민주당 지지율이 그로 인해 더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비명계 설훈 의원이 지난 21일 의총에서 "이 대표가 결단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런 연유다.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압박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표직 사퇴와 내년 총선 공천권 포기 요구에 대해 "당이나 정치 세계에는 생각이 다양한 사람이 많다"라는 말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소 시 대표직 사퇴' 여부에 대해 "깡패가 날뛰면 대문을 닫아야 한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내년 총선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의 고집대로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도 중요하지만, 공천을 받더라도 정당 지지율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최대 접전 지역인 수도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의원들이 먼저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 반응은 연쇄적으로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결국 이 대표는 본의 아니게 등 떠밀려 대표직을 내려놓는 꼴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표가 지금은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이지만, 얼마 못 간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하랴.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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