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 ‘호남 맹주’ 놓고 혈투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26 11: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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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사실상 '10월 호남혈투'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혁신당은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인 전남 영광-곡성군 군수 재선거에 후보를 내고 중앙당 차원의 화력을 쏟아부을 태세다.


이에 민주당은 “마음 놓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긴장하는 모양새다.


혁신당은 두 곳 중 한 곳만이라도 승리하면 성공이다. 반면 민주당은 한 곳이라도 빼앗기면 당장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혁신당은 전남 곡성군수·영광군수 선거,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등 4곳 재보궐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내겠단 방침이지만, 특히 호남에서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혁신당 조국 대표는 26일 민주당을 호남의 ‘고인 물’에 비유하며 공세를 펼쳤다.


조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은 사실상 민주당 독점 상태”라며 “고인 물은 썩기 때문에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남에서 민주당이 30년을 넘었다. 당내 경선만 이기면 당선되다 보니 문제가 나타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자 김민석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은 “전남은 민주당의 정치 원천”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사실상 호남을 노리는 혁신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수석 최고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남은 민주당의 정치 원천이자 이재명 대표의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현하기 위한) 최우선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니 지지해달라는 게 아니라 민주당만이 구체적인 대안과 책임감을 지니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호남이 정치적 고향이니 당연히 지지를 부탁하는 정치세력을 넘어, 비전과 역량을 갖춘 유일한 정치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혁신당이, 나아가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셈이다.


그러면 호남에서 누가 이길까?


기존의 상식이라면 당연히 호남을 전통 텃밭으로 하는 민주당의 승리를 점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마냥 안심할 상황만은 아니다.


혁신당은 4·10 총선 당시 영광서 39.46%, 곡성 39.88%의 비례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각각 40.14%와 41.1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호남에서의 혁신당 기세가 그만큼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이 “호남이 민주당에서 떠나 조국혁신당으로 많이 가고 있다. 10월 재보선도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은 그런 이유다.


지금은 양당이 협력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10월 재보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경쟁적 관계가 부각하면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영광군수 재선거에는 현재까지 2명이 혁신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데 이어 2~3명이 가세할 움직임을 보인다. 곡성군수 재선거에도 1명이 혁신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혁신당은 두 선거구 최종 후보를 9월 후보등록 이전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영광에서만 현재까지 5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을 비롯해 추가로 3~4명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도 추석 연휴를 전후로 공천을 마무리 짓고 선거전에 나설 계획이다.


가장 큰 변수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다.


이재명 대표의 1심 법원 판결 이후 계속될 사법 리스크의 파장이 호남 군수 재선거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란 말이다. 이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며 공직선거법·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약 2주 정도 연기됐으나 1심 재판 결과는 두 지역 군수 재선거를 전후한 10월 중 또는 11월 초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재선거 전에 유죄 판결이라도 나오면 민주당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건 혁신당도 마찬가지다. 조국 대표는 이미 2심에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대법원확정 판결만 남겨둔 상태다, 재선거 이전에 판결이 나오면 혁신당 후보들도 추풍낙엽이다.


민주당이나 혁신당이나 범죄 혐의자를 당 대표로 선출한 대가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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