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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쌍특검법'(대장동·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이라는 지연전술을 구사할 태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자 즉각 거부권 행사를 밝혔다. 이어 지난 4일 법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자 정부는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즉시 재가했다.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쌍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대통령이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고,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은 폐기된다.
재표결 시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298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현재 야권 의석을 모두 합해도 약 180석 정도이기 때문에 가결까지는 20표가량 부족하다.
따라서 지금 당장 쌍특검법을 재표결하면 부결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그런데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 재표결에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사실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행정부의 강력한 입법기관 견제수단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사실상 0%다. 헌재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리하게 심판을 청구한 민주당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민주당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권한쟁의심판’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지연전술이다.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위한 법리적 검토와 전문가 의견 수렴이라는 명목으로 민주당은 시간을 끌 수 있고, 그러면 오는 9일 국회 본회의 처리는 물 건너가고 2 중순쯤에야 쌍특검법 재표결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재적 의원 298명 전원이 출석해 199석 이상이 쌍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져 의결될 수 있다. 167석인 민주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정의당(6석)에 기본소득당·진보당·한국의희망(각 1석)과 공조하고, 사실상의 민주당 소속으로 분류되는 무소속(10석)의 표까지 끌어오면 국민의힘에서 19석만 이탈해도 가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쌍특검이 가결되면,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따른 역풍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총선 때까지 매일 브리핑이라는 방식으로 이를 이슈화할 것이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희석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라고 발언한 이재명 대표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이재명 대표의 천박한 인식이 반영된 ‘지연전술’이라는 말이다.
이래선 안 된다.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검토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니 우선 이를 실천하는지 지켜보자.
특별감찰관 임명은 국회가 후보자를 추천해야 가능한 사항이지만 제2부속실은 대통령실 차원에서 바로 만들 수 있다. 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이를 문제 삼으면 된다.
그리고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해 후보자 추천을 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도 외면한 특별감찰관 임명을 하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등이 저지른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은 지난 2016년 이후 현재까지 8년째 공석이다.
특검법은 누가 보더라도 ‘총선용’이라는 게 명백하지만, 이는 총선과 관계없이 정권의 핵심부인 대통령실을 내부적으로 견제하겠다는 것이니 얼마나 바람직한가.
그렇게 되면 김건희 여사의 행보도 체계적으로 관리될 것이고, 특히 특별감찰관으로 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같은 추문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게 정답이다. 민주당은 일시적인 정쟁용 특검법에 매달리지 말고, 제도적으로 대통령실 내부견제를 강화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나서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이에 협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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