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유죄 황당하나 재공천은 안 된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8-15 11: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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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른바 '조국 저격수'로 불렸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되자 “다시 강서구로 돌아가겠다”라며, 10월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보궐선거가 자신의 형 확정으로 치러진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당규는 당 소속 공직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선거법으로 강제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헌·당규를 개정하며 공천했던 사례가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형식을 거쳐 당헌을 개정했다.


당시 민주당은 당원들의 압도적 찬성을 명분 삼아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규정을 개정하고 공천을 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당시 서울과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모두 참패했고, 그 결과가 대선 참패로 이어졌다.


김태우 전 구청장의 강력한 보궐선거 출마 의지에도 당이 그를 공천해선 안 되는 이유다.


물론 김 전 구청장으로서는 매우 억울할 것이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8년 말, 특감반과 관련한 권력형 비리 35건을 폭로 한 바 있다.


특히 그는 2018년 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비리 의혹으로 특별감찰을 받았으나 갑자기 중단됐고, 징계 등 후속 조치 없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과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유 전 부시장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지난달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며, 당시 감찰 책임자인 조국 전 민정수석은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구청장은 이 과정에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에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강서구청장 직을 상실했다. 공익신고자를 처벌하는 정말 이상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김 전 청장이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다. 이게 상식이고 정의고 법치”라고 반발한 이유다.


따라서 여권 일각에선 10월 보궐선거에 그를 재공천해 출마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당헌-당규를 개정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했다가 참패한 민주당의 모습을 답습해선 안 된다. 아무리 법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고, 뭔가 정치적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도 규정은 따라야 한다. 특히 그를 공천하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복권했다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여당 공천은 안 된다.


물론 그를 재공천하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서 구청장을 지낸 데다가 ‘조국 저격수’로서 전국적인 지명도까지 갖춘 인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예상했던 날에 후보 컷오프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18일로 미룬 것은 그의 동태를 살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그가 당선되면, 그 여파는 곧바로 내년 4월에 실시 되는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김태우 전 구청장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당헌-당규대로 무공천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김태우 전 구청장이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뭐라고 해선 안 된다. 피선거권이 회복된 만큼 그는 출마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것마저 여당이 막아선 안 된다는 말이다.


국민의힘은 김 전 구청장의 유죄 판결이 황당하더라도 당헌-당규에 따라 ‘무공천’하는 게 맞고, 김태우 전 구청장은 명예회복을 위해 주민들에게 직접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소속 출마를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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