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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 화폐 개정안을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실제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지역화폐 관련 법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지역 화폐 활성화를 위한 당론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 화폐는 소비 진작 효과가 있다. 지역 화폐 개정안을 민주당 당론 법안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자마자 단 하루 만에 원내대표가 이를 공식화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에도 국민에게 현금 대신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른바 ‘지역사랑상품권’이라는 지역 화폐는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식사, 쇼핑, 서비스 등에 사용된다.
그런데 전 국민에게 이를 나눠주려면 상품권 발행비용만 약 7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상품권을 관리 운영하는 회사에 수수료를 내야야 한다.
2017년부터 도입된 ‘지역사랑상품권’은 현재 전국 230여 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 중인데, 운영 수수료는 시군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약 1.1%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전 국민에게 25만씩 상품권을 지급한다면 13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운영회사는 그 1.1%인 1430억 원을 챙길 수 있다. 인쇄비와 수수료로 2130억 원가량이 불필요하게 더 들어가는 셈이다.
상품권 발행에 수반되는 행정비용 낭비가 이처럼 상당한데도 대체 이재명 대표는 왜 지역 화폐에 목을 매는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상품권이 현금보다 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명절 때면 15%까지 할인되는 상품권 때문에 그 지역에 직접 가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국이 똑같은 상황이라면 그런 특정 지역의 소비 진작 효과는 기대할 수가 없다는 건 상식이다.
더구나 지역 화폐가 경제 활성화는커녕 대부분 자영업 매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마디로 동네 구멍가게 매출만 찔끔 올랐을 뿐 골목상권 활성화엔 실패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지역 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최종보고서(송경호ㆍ이환웅 부연구위원)를 통해 “지역 화폐 발행으로 추가로 발생하는 지역의 순 경제적 효과는 없다”라고 결론 내렸다.
상품권 부정유통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행안부가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한 전국 19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단속한 결과 총 141건의 부정유통 행위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소위 '깡'으로 불리는 부정수취와 불법 환전도 무려 56건에 달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 지역 화폐 운영사였던 코나아이는 2019년 사업자 선정 후 끊임없는 비리 특혜 의혹이 뒤따랐으며, 지난 1월에는 코나아이가 지역 화폐 운영 계약에 따른 선수금을 임의로 인출 해 회사채와 자회사 유상증자에 사용, 최소 26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의 도지사 재임 시절 선정한 지역 화폐 사업조차 의문투성이인데, 그 모델을 전국 지방정부에 확산하라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와 지역 화폐 운영사들과 어떤 보이지 않는 유착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 온갖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채무가 400조 원가량이나 급증한 상태에서 또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더 퍼붓자는 데 대해 동의하기 어렵거니와 그걸 굳이 2100만 원이나 더 들어가는 지역 화폐로 주자는 것은 더더욱 동의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문제투성이’인 지역 화폐를 권장하기보다는 폐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게 맞다. 이재명 대표가 지역 화폐 운영사들과 유착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니라면 권장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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