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곽노현 출마 선언, 귀를 의심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9-09 11: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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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다음 달 16일로 예정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출마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돈으로 상대 후보를 매수해 후보에서 사퇴하도록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당선이 무효 되었던 사람이 설마하니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리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사람이라도 그렇게는 못 할 것이라 여겼다.


앞서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조건으로 상대 후보에게 2억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2012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5억 2000만 원을 국고에 반납해야 하지만,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아직도 30억 원가량을 토해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예비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서울시 선관위에 기탁금 1000만 원을, 후보자가 되면 기탁금 5000만 원을 내야 한다.


재산이 없어서 압류도 못 하는 데 대체, 이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만일 그가 기탁금을 내면 국가 기관은 그 즉시 그 기탁금을 압류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그게 정의다.


이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비용 미납자의 경우 후보 등록을 할 수 없게 하고, 미납자 명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민법상 선거비용 반환 시효가 소멸하더라도 미납자의 선거 출마를 제한된다는 내용 등도 포함한다고 한다.


나 의원은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자가 선거비용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재출마하는 사례가 있다”라며 “선거비용 미납자의 출마를 제한하고 정보를 공개해 선거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범죄도 아니고 상대 후보를 돈으로 매수한 추악한 범죄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서울시 교육 현장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 나온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특히 그는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일성으로 내뱉었다.


실제로 그는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는 우리 교육을 검찰 권력으로부터 지키는 선거”라며 “정치 권력이 교육을 지배하고 점령하는 기도를 반드시 분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황당하다. 마치 정치색에 물들지 말아야 할 교육 현장을 정치판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그의 출마 선언은 조희연 직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전교조 해직 교사 부당 채용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직위를 상실하자마자 또 다른 ‘비리 교육감’이 재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크다.


과연 이런 선거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현행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교육감 후보자가 당적을 가질 수 없게 되어 있다. 정당 공천 과정이 없다 보니 지역에 따라 후보자가 난립하고, 유권자들은 일일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증하기 어려워 '깜깜이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는 후보자등록 신청 개시일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니어야 하며(제24조), 정당은 교육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다(제46조). 따라서 교육감 후보는 소속 정당이 없고 선거기호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들 특히, 자녀가 없거나 장성한 자녀를 둔 일반인들은 교육감으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른다. 부패하고 비도덕적인 사람들이 출마해 당선되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데에는 이런 선거 방식이 한몫하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 '직선제 회의론'과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논의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이제는 정치권과 국민이 교육감 선거 방식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현재 교육감 선거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지방자치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뽑는 방식을 논의하거나 아예 직선제가 아니라 임명제로 전환하는 방식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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