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여당의 이재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10-24 11: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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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요즈음 독자들로부터 “누구 편이냐”라는 황당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빈손 면담’ 이후 여권이 극한 갈등 양상을 빚는 것에 대해 때로는 윤 대통령을, 때로는 한 대표를 비난하자 “확실하게 편을 정하라”며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실 언론인에게 편을 정하라는 건 대단히 무례한 요구다. 누구든 잘못이 있으면 비판하는 게 언론인 아닌가. 앞으로도 필자의 이런 기조는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해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비판을 받아도 그건 언론인의 숙명이기에 개의치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은 한동훈 대표의 문제를 짚어보겠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한동훈 대표를 향해 '아마추어' '속 좁은 정치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지사는 오세훈 한동훈 홍준표 등과 함께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거물급 정치인이다. 박근혜 탄핵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고 당을 지킨 뚝심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왜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한 한 대표를 향해 '속 좁은 정치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일까?


김 지사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세미나를 마친 뒤 최근 자신이 쓴 글에 한 대표가 전화로 항의해 왔다고 전했다.


대체 김 지사가 무슨 글을 썼길래 한 대표가 발끈한 것일까?


앞서 김 지사는 지난 20일 SNS를 통해 대통령과 면담을 앞둔 한 대표에게 △ 대통령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 △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대통령을 밟고 재집권한 역사는 단 한 번도 없다 △ 검찰스러움, 순발력 있는 말솜씨와 가벼움, 관종 같은 행동이 아니라 진중하고 미래를 통찰하고 준비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아마도 한 대표는 이 가운데 '검찰스러움', '관종'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불쾌할 것이다. 그러나 당 대표라면 이런저런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비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 대표의 처신은 너무나 가벼웠다.


김 지사가 전화를 걸어 온 한 대표에게 '내가 듣기 거북한 말을 해서 서운해서 전화했느냐'고 물었더니, 한 대표는 '서운한 말이 아니라 욕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검찰스러움', '관종'이라는 표현을 자신을 향한 욕으로 받아들여 참지 못하고 항의 전화를 한 것은 비판의 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그의 성정에서 비롯된 것이니 하고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당원이 어떻게 당 대표에게 욕(비판)을 할 수 있냐’고 따진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이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세상인데 당원이 당 대표를 비판해선 안 된다는 발상은 ‘독재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김 지사는 평당원이 아니라 충남도민을 대표하는 도백이다. 그리고 여당을 오랜 세월 지켜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비판마저 수용하지 못한다면 당 대표 자격이 없다.


한동훈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를 찍어누르기 위해 "당 대표는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업무를 총괄하는 것을 수행한다"라고 말한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과거 원내대표를 ‘원내총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당 대표가 원내총무를 임명했지만, 지금은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당의 ‘대표 의원’으로 의원총회를 주관하는 권한이 있다. 아무리 당 대표라고 해도 이런 원내대표의 권한을 찍어누를 수는 없다. 언론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투톱’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원내대표를 ‘내가 당 대표니까 좌지우지할 수 있다’라는 한 대표의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당원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당 대표라면, 원내대표마저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지닌 당 대표라면 더불어민주당을 장악하고 독선적으로 끌어가는 이재명 대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지금 한 대표의 독선적 모습은 ‘여당의 이재명’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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