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양천을 떠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04 11: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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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양천갑 시-구 의원들이 정미경 전 의원을 향해 ‘양천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재식 양천구의회 의장을 비롯해 채수지-허훈 서울시의원, 공기환-김수진-임준희 양천구의원 등 양천갑 지역 국민의힘 소속 시구 의원들은 지난 2일 정미경 전 의원을 겨냥해 “양천구에서 분란 야기 및 당원 이간질 시도를 하고 있다”라며 “‘당협 쇼핑’이라는 부끄러운 영어를 만든 장본인, 정미경 전 의원은 각성하고 양천을 떠나라”는 성명서를 냈다.


정미경 전 의원은 경기도 수원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18대 총선 당시 수원 권선구에서 운 좋게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금배지를 달았다.


실제로 당시 해당 선거구에는 10여 명의 예비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서 선거운동을 했으며, 최종 압축된 후보 2명에 포함되었으나 상대가 유력 정치인이어서 반쯤 포기한 상태였는데, 여론조사에서 이겨서 공천을 받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비후보 중 우연히 자신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후보가 미경이라는 이름으로 홍보를 열심히 해서 덕을 보았다는 것.


19대 총선 때에는 배은희에게 새누리당 공천에서 밀리자 반발하여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경기도 수원시 을 선거구에 출마하였으나 민주통합당 신장용과 배은희에게 밀려 3위로 낙선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출마로 보수 표가 분산되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셈이다.


그런데 운 좋게 신장용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자 2014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면 그의 지역구는 수원이 맞다. 어렵더라도 그곳을 사수하고 그곳에 뿌리는 내리는 게 맞다.


그런데 2021년 최고위원에 당선되자 당시 공천권을 거머쥔 이준석의 봉하마을 방문에 동행하는 등 노골적인 친이준석 행보를 보이면서 손쉬운 서초구에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2022년 3월 재보궐선거에서 서초구 갑 공천을 둔 경선에 참여하였지만,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과반 득표율로 최종 공천이 결정되면서 원내 복귀는 좌절됐다.


이후 2022년 5월 국민의힘 성남시 분당구 을 당협위원장에 내정되자 당내에서 수원에서 서초, 서초에서 다시 분당으로 옮기며 '당협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양천갑이라면, 이건 보따리장수도 아니고 너무 심하지 않은가.


오죽하면 그 지역의 지방의원들이 일제히 양천을 떠나라는 집단성명을 냈겠는가.


양천갑은 그동안 어려운 지역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19대 총선에서 길정우 의원이 가까스로 승리했으나 이후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내부 갈등 등으로 인해 연거푸 패배했다.


그런데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조수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승리를 했고, 지금은 그 지역이 서울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안정적인 지역구로 꼽힌다.


그래서 정미경 전 의원이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면 옳지 않다.


정 전 의원은 당을 흔들어대는 이준석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이미 당원들의 눈 밖에 났다.


지난 최고위원 경선에서 낙선한 것이 그 단적인 방증이다. 따라서 지금은 자숙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때다.


편안한 곳을 찾을 때가 아니라 험지인 호남으로 지역구를 옮기거나, 아니면 이미 징계를 받아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된 이준석의 지역구인 노원 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결단의 행보가 아니라면 정미경 전 의원은 자신을 받아 줄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정계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경고하거니와 조수진 의원이 어렵게 일궈낸 표밭에 무임승차하겠다는 천박한 발상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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