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층 30%의 의미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25 11: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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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거대양당에 피로감을 느낀 무당층이 무려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40%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는 집권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버금가거나 그보다도 수치다.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들 표심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오는 26일 ‘한국의희망’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어 가장 먼저 신당 깃발을 치켜든다.


역시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오는 9월부터 창당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장혜영·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조성주 전 정의당 정책위 부의장이 이끄는 신당 창당 움직임도 있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설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도 김남국 무소속 의원과 호남 기반의 신당 창당을 시사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김웅 의원 등 새로운보수당계가 공천을 받지 못하면 낙천자들을 모아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에선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끝내 물러나지 않으면 이낙연 중심의 세력이 이탈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이미 민주당 비례용 위성 정당에서 떨어져 나와 제 3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까지 합치면 신당 움직임은 벌써 다섯 손가락을 ‘훌쩍’ 넘어 선 상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신당을 창당하면 무당층 30%의 표심을 흡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물론 현재 무당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수치가 30%대에 육박할 만큼 거대양당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 30%가 신당 창당을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무당층은 거대양당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제3세력이 아니다. 다만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양당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에서 의견을 유보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그들도 투표장에 가면 사표방지 심리에서 1번이나 2번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거대양당에 대한 불신만큼이나 제3지대 신당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 탓이다.


물론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제3지대 신당이 때로 돌풍을 일으키며 거대 정당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결국은 양당에 흡수되고 말았다.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탄생했던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결국 국민의힘에 흡수됐다.


1997년 이인제 전 의원이 창당한 국민신당은 같은 해 대선에서 이 전 의원이 3위로 낙선함과 동시에 붕괴했다. 이 전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 소속이다. 2002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창당했던 국민통합21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쇠락하더니 결국은 해산했다. 정몽준 전 의원 역시 국민의힘 소속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대통령에 도전하면서 1992년 2월 통일국민당을 창당했다. 당시 통일국민당은 창당한 지 한 달 만에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31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국회에 입성했으나 14대 대선에 출마한 정 회장은 김영삼·김대중 후보에 이은 3위에 그치며 낙선했다. 이후 대통령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정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자 통일국민당은 당사를 폐쇄하며 정치 활동을 접었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가 창당한 창조한국당은 문 전 대표의 깨끗한 이미지에 힘입어 17대 대선에서 5.8%의 득표율로 4위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18대 총선에서 3석으로 명맥을 유지하다 2009년 문 전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하며 해산했다.


이런 탓에 제3지대를 향한 국민의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다.


어쩌면 신뢰를 잃은 거대양당보다도 더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게 제3지대 정당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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