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2의 김무성’ 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11-03 11: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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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에 따라 야권이 몰락할 것이라는 '11월 위기설'이 여의도 정가에 파다했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간의 통화 녹취가 전격 폭로되면서 ‘11월 위기설’은 거꾸로 여권을 덮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 사건의 여파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보수 텃밭이자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TK) 지지율 마저 무너진 점은 '뼈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여권의 몰락을 가속화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윤-한 갈등’이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갈등이 여권을 깊은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두고 양측은 기 싸움을 해왔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통령실 내의 '여사 라인' 쇄신과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더욱 거세게 특별감찰관 임명을 압박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러는 사이에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문다혜 씨 음주 논란, 김정숙 여사 외유 논란 등 굵직굵직한 의혹들이 잇달아 터져 나왔지만, 여당은 제대로 된 공세를 펼쳐보지도 못했다.


민주당과 이재명을 향해야 할 칼날이 내부를 향하면서 내부총질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낸 탓이다. 당내에서 여당이 야당과 싸우는 법을 잊은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건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쪽 다 문제가 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이미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등을 돌린 상태다. 이건 법 이전에 국민 정서의 문제다. 이를 바르게 처리하지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추락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 선마저 무너진 것은 이런 연유다. 실제로 부정평가 이유는 김 여사 문제가 가장 높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선 엄중한 상황 인식을 넘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4대 개혁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김 여사 문제는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해야만 한다.


이런 방향에 대해선 한동훈 대표가 옳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한 대표는 지나치게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다 보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여당 차원의 선제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과 대립하는 노선을 걷고 있다.


한 대표가 대통령 친인척 감시를 위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앞세워 야당의 특검법 공세를 방어하고 '김 여사 정국' 돌파를 시도한 것은 그런 이유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특검법을 포기할 야당이 아니다.


11월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서라도 야당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한동훈 대표가 이러다 야당에 질질 끌려다니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당내 일각에선 이러다 한동훈 대표가 ‘제2의 김무성’이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김무성은 당 대표 시절이던 2016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내에서 탄핵 발의에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애초 탄핵에 반대했던 새누리당 비박(박근혜)계 의원들은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비박계의 결단 일주일 뒤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 결과 보수 정당은 완전히 박살 났고, 무능한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그로 인해 ‘김무성’은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배신자’로 낙인찍혔고, 다시는 정치권에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총선 당시에도 강력한 출마 의지를 보였으나 비난 여론에 굴복해 결국 출마를 포기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정치 낭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동훈 대표가 그런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듣는 귀를 ‘활짝’ 열어야 하고, 한동훈 대표의 내부를 향한 입은 반만 열어야 한다. 한 대표의 입은 입법독재를 일삼는 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 있을 때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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