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천 장사’는 시스템의 문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1-11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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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버렸다.


무능해서 그렇게 됐다고 해도 문제이지만 의도된 늑장 수사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1일 귀국하는 김경 서울시의원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정말 가관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된 다음 날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미국으로 도주하고 말았다.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즉시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탓이다.


수사의 기본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결과 그는 미국에서 핸드폰을 바꿔버렸다. 노골적인 증거 인멸을 시도한 셈이다. 그리고는 유유자적 현지에서 CES 행사장을 누비며 '엄지척' 사진을 올리는 등 기만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자술서를 경찰에 제출하고 11일 ‘귀국쇼’를 벌인다고 한다.


그 정도면 완전히 증거를 인멸했고, 관계자들과도 충분히 입을 맞추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게 경찰의 무능 탓인지, 아니면 이런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의도된 늑장 수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다분히 의도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설사 그가 미국으로 출국했더라도 그의 자택이나 사무실 등에는 아주 작은 증거라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압수수색을 벌였어야 했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사실 여당의 공천헌금 문제에 경찰도 연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된 김병기 의원이 자신의 배우자의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 동작 경찰서장과 직접 통화했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경찰이 김 의원 배우자를 입건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결정을 내렸던 만큼, 수사 무마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재작년 8월 김 의원 배우자의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사건을 입건조차 하지 않고 '혐의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그렇다면 경찰 수사를 믿고 기다리라는 여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지금도 증거 인멸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이다. 민주당이 입에 달고 사는 특검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물론 특검이 도입되기 전이라도 경찰은 11일 귀국하는 김경 시의원을 공항에서 즉각 체포하고 강제수사에 돌입해야 한다. 특히 공천뇌물 의혹의 몸통인 김병기·강선우 의원에 대해 성역 없는 압수수색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입된 특검팀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공천뇌물'이라는 거악을 덮으려 한 죄를 경찰에 물을 수도 있다.


경찰이 그걸 알고 민주당에 자신들의 처지를 하소연했을 수도 있다.


뒤늦게나마 ‘버티기’에 돌입한 김병기 의원에게 민주당이 11일 탈당을 권유하고 나선 것은 그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날 민주당은 공천헌금 수수 무마와 보좌진 갑질 의혹 등으로 원내대표에서 사퇴한 김병기 의원에게 사실상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제명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 손으로 탈당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김 의원을 향해 당 차원의 압박이 본격화한 셈이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동안 그의 ‘버티기’에 속수무책이던 민주당이 이처럼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아마도 그사이에 관계자들이 입을 맞추거나 증거 인멸 등을 통해 이번 공천헌금 사태는 민주당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김 의원 개인 일탈로 몰아세울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지적처럼 진실은 지운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뭉갠다고 덮이지 않는다.


반드시 특검을 도입해야만 한다.


소위 ‘국회의원들의 밥그릇’이라는 비판을 받는 지방의원 공천헌금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헤쳐 바로 잡아야 하는 까닭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건 김병기 의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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