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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막론하고 밥 먹듯 탈당하고 복당을 반복하는 이상한 취미와 특기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야당에선 이른바 586 운동권 출신들이 그렇고 여당에선 유승민 전 의원을 추종하는 ‘새로운보수당’ 출신 인사들이 그렇다.
먼저 더불어민주당부터 살펴보자.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길에 오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그의 정계 은퇴를 조언했지만, 그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오히려 탈당이 영원히 민주당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복귀’하겠다는 강한 집념을 내비쳤다.
실제로 그는 프랑스 현지 기자회견에서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응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이상하다. “책임을 지겠다”라며 ‘탈당’까지 선언해놓고는 다시 ‘복당’하겠다니, 대체 이 의미는 무엇일까?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라는 발언은 어디까지나 민주당에 보내는 메시지에 불과하다.
실제로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기자회견문 및 질의응답서 ‘책임’이란 단어를 총 20회 사용했지만, 이는 모두 정치적 책임을 의미했다.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지게 되니까 더욱더 전 당 대표로서 뼈아프고 통절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거나 “저의 정치적 책임, 총괄적 책임을 밝히고 조기 귀국 의사를 밝히면서 그 책임의 일환으로 26년 동안 사랑한 민주당을 떠난다”라는 식이다.
법적인 책임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돈 봉투 의혹 관련해서 ‘전혀 몰랐다’라는 예전 발언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냐 하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 그렇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자신은 돈 봉투를 살포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책임이 없다면서 책임을 지겠다는 건 모순(矛盾)이다.
그는 왜 이런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지금은 비록 지금은 돈 봉투 후폭풍이 워낙 강렬해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탈당하지만, 곧바로 복당하겠다는 의지를 민주당에 전달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재명 대표와 그런 묵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입법 과정에서 '위장 꼼수 탈당' 논란이 일어던 586세대 민형배 의원도 지금 복당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민주당 586그룹은 언제나 탈당을 취미처럼 하고 복당을 특기처럼 하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국민의힘에도 그런 그룹이 있다.
바로 새보수계로 불리는 유승민 전 의원 추종 세력이다.
유승민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으나 대부분이 친정으로 복귀하자 안철수와 함께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당권을 차지하는 데 실패하자 바름미래당을 탈당하고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한 후 지금의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으로 복당하는 등 탈당과 복당을 밥 먹듯 했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 586그룹이나 국민의힘 새보수계는 다를 게 없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에게 끈끈한 동지애를 느끼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서로를 비판하고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애써 그들을 감싸 주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정치권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돈 봉투 주역으로 낙인 찍힌 민주당 586그룹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듯 국민의힘 보수계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탈당을 취미쯤으로 알고, 복당을 주특기처럼 발휘해온 그대들의 죄업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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