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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누구보다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사람이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보다 당 대표가 되어 2026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 더 큰 책임을 지는 자세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출마를 했다면, 그 누구도 한동훈 대세론을 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분위기가 전대 막판까지 이어져 압도적으로 승리했을 것이란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대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는커녕 그의 승리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당권을 대권가도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뜻을 드러낸 탓이다. 실망이다.
필자는 그가 당 대표로서 2026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고 공천권까지 행사해 그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기를 바랐다. 그래야 총선 참패의 설욕을 씻고 거대한 의석을 무기로 입법독재를 일삼는 더불어민주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한동훈의 생각은 달랐다.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그는 끝까지 임기를 마칠 생각이 없었다.
임기 절반 정도만 하고 2025년 9월경에 중도 하차해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게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의 생각인 것 같다.
실제로 한 전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1호 인재로 영입했던 이른바 ‘친한파’ 정성국 의원은 ‘당내에서 한 전 위원장이 대권을 위해 임기를 마치지 않고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면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도부 공백 사태가 벌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라는 지적에 "4월 국회의원 선거도 1~2월에 공천하는데, 2026년 6월 지방선거가 한 전 위원장의 임기와 무슨 관계가 있냐"라며 "지방선거 공천은 2026년 2~3월이 돼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이 내년 9월 사임해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선거 한번 치르지 않고 중도에 그만둘 것이라면 왜 당 대표를 하려는 것인가.
당 대표가 되면 조강특위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대거 친한파로 물갈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지방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자신의 대권 가도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선 오히려 그게 당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전대 선거 전략적으로도 그건 필패 전략이다.
지금 당장 눈에 비치는 것은 ‘한동훈 대 나경원-원희룡-윤상현’ 구도이지만, 한동훈이 대권욕을 드러내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들과 그들 지지층마저 모두 돌아서게 만드는 우(愚)를 범했다.
이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은 물론 여권 내 강력한 대권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과도 싸워야 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즉 ‘한동훈 대 윤석열-오세훈-홍준표-안철수+나경원-원희룡-윤상현’이라는 최악의 구도로 전대가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구도라면 한동훈 전 위원장의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설사 가까스로 승리한다고 해도 ‘왕따 당 대표’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한동훈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더 묻겠다.
국민의힘에는 ‘당권과 대권 분리’라는 보수정당의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에 대표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임기 절반 정도만 지나면 중도에 하차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2026년 지방선거는 불가피하게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치러야 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당은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마저 참패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대권 욕심 때문에 보수정당이 무너지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겠는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중도하차하는 일 없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임기를 마치겠는가. 아니면 개인적 대권 욕심에 당 대표직을 팽개치고 대선 준비에 나서겠는가.
한동훈 전 위원장의 진솔한 답변을 마지막으로 기다린다. 사심이 담긴 주변인들의 잘못된 조언에 휩쓸리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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