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경수 복권 요청했다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11 11: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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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광복절 복권 문제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김경수 전 지사가 복권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그의 복권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자 각 언론은 이재명 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그의 복권을 원치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전 지사는 복권 대상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지난 8일 광복절 특사·복권 대상자를 심사했는데 야권 인사로는 김경수 전 지사가 복권 명단에 올랐고, 여권에서는 박근혜 정부 인사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명박 정부 인사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이 사면·복권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가 10일 자신이 당 대표 시절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여러 루트로 요청했었다고 생색을 냈다.


이에 여권 고위 핵심관계자는 “부탁받은 바 없다”라며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에서도 전혀 거론된 바 없고, 요로를 통해서 부탁이 온 것도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김 전 지사의 5개월여의 잔여 형기 집행을 면제받았지만 복권되지는 않은 것은 “2024년 4월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복권을 분리하기로 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이 전 대표는 전날 오후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지역 합동연설회 및 순회 경선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지사 문제는 저희가 직간접적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복권 요청했던 바 있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전 지사 복권 문제가 언급됐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라면서 “밝히기 부적절하다. 여러 루트로 요청했다”라고만 답했다.


마치 자신이 여러 루트로 요청해서 김 전 지사가 복권된 것처럼 생색을 낸 것이다.


그러면 이재명 후보가 정말 친문계의 구심점이 될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을까?


그래서 김 전 지사가 이번에 복권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민주당은 이제 ‘이재명 일극 체제’의 정당이 되고 말았다. 그의 잠재적 경쟁자로 낙인찍히면 공천조차 받지 못하는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다.


실제로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박용진 의원 등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폭발력이 강한 김경수 전 지사를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윤 대통령에게 복권해달라고 요청할 리 만무하다.


그러면 김경수 전 지사가 이번에 복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김 지사의 복권에 대해 전혀 반대 의견이 없었던 것은 2022년부터 사면·복권을 논의해왔던 과정에서 공감대가 있었고, 따라서 복권하는 것은 예정된 것이었다는 게 여권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개최되는 언저리에 절차적으로 예정돼 있으니 민주당에서 몇 명이 김 전 지사의 복권 얘기를 여당에 얘기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즉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을 민주당 인사 몇 명이 형식적으로 여당에 이야기하기는 했으나 이재명 대표가 요청한 것도 아니고 그것이 복권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친문계의 구심점이 되어 야권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이재명 후보와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어렵게 일극 체제를 완성한 이재명 후보가 굳이 그런 김 전 지사를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설 리 만무하다. 이재명 후보가 그런 성품의 정치인이었다면 지난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라면 이 후보는 어떤 루트를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했는지 소상하게 밝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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