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털 난’ 노태악 물러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01 11: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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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버티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그는 선관위 고위 공무원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여권의 사퇴압력에도 “현재로선 아직 사퇴 계획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사과하면서도 정작 사퇴하지 않겠다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추(醜)하다.


북한 해킹에도 보안 검증을 거부했던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사람으로서 이미 그때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데도 버티기에 들어선 모습이 얼마나 추했으면 당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 “양심에 털 난 사람”이라고 쏘아붙였겠는가.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선관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실제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자녀는 아버지가 일하는 선관위에 경력직으로 합격했다. 1급인 신우용 제주도선관위 상임위원의 아들 신모 씨도 2021년 서울시 선관위의 경력경쟁 채용에 지원해 합격했다.


사실상 선관위의 1, 2인자인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에 이어 1급 직원까지도 자녀의 경력 채용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윤재현 전 세종 선관위 상임위원과 김정규 경남 선관위 총무과장의 자녀 특혜 의혹이 추가로 드러났다. 여기에 선관위의 5급 이상 직원 전수조사 중 4·5급 직원 자녀의 경력 채용 사례가 추가로 5건 이상 확인됐다고 한다.


자녀 채용에 이어 형제 특혜채용 의혹까지 불거져 나왔다.


광역 선관위 사무처장(2급) A씨의 동생 B씨가 경기지역 기초 선관위 경력(8급)으로 채용됐다. 그러곤 이듬해인 2015년 1월 1일 7급으로 승진했다. 선관위 근무 연수만 따지면 초고속 승진이다.


그런데도 처음에 선관위는 ‘특혜채용은 없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었다.


의혹을 은폐하려던 그 책임은 마땅히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져야 한다.


문제는 ‘양심에 털 난’ 노태악 위원장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는 "진심으로 송구하다"라며 2차례나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도 사퇴요구에 대해선 “계획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은 비록 더불어민주당이 노 선관위원장을 향한 여권의 사퇴압력을 “정략적 때리기”로 규정하며 사실상 방패막이 노릇을 해주고 있지만, 민주당도 그를 끝까지 지켜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적 분노가 너무 큰 까닭이다.


민주당이 선관위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 그런 변화의 조짐일 것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더 추해지기 전에 사퇴하라. 어물쩍 사과 한마디로 사태를 넘기기에 사안이 너무나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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